"개짜증" 이럴 때 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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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짜증나" 이럴 때 쓰는




봉달이는 어디 가고 덩달이 혼자 마당 들마루 아래 엎드려 있다.
날씨가 하도 후덥지근해 들마루 그늘에서
낮잠을 한숨 잔 듯하다.
잠결에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덩달이 녀석 게슴츠레 눈을 뜨고 큰길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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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나가 볼까나!" "어디 가는데, 나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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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녀석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느적느적 걸어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캉캉,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마리의 강아지가 덩달이에게 달려온다.
태어난 지 두어 달쯤 된 천방지축 강아지다.
같은 마당에서 자라다보니 강아지는 고양이를 제 어미나 형제처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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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혼자 가시려고...야 목덜미 잡아. 내가 엉덩이 잡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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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강아지는 마당을 나서는 덩달이에게
어디 가는 거냐고,
갈 거면 함께 가자고,
심심한데 잘 됐다고,
찰싹 들붙는 거였다.
강아지는 좋다고, 반갑다고, 신난다고 그러는 건데,
어쩐지 덩달이의 얼굴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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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증말 개귀찮아, 개짜증난다!" "쟤 떼놓고 나만 데려가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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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요 녀석들이
두 마리가 한꺼번에 덩달이의 등짝에 올라타는가 하면
목덜미를 물고,
심지어 귀까지 물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덩달이 녀석 워낙에 성격 좋은 고양이인지라
요 쥐방울만한 강아지를 때리지도 못하고
밀쳐내지도 못한 채
그저 강아지가 날뛰는대로 당하고만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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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출발,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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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는 덩달이의 표정은 귀찮아 죽겠네, 에서 이제
“개짜증나”로 바뀌고 있었다.
덩달이의 입장에선 정말로 개가 짜증나는 순간이었다.
“개짜증나”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틀림없었다.
두 마리 강아지가 들러붙고 엉겨붙고 올라타고 물어뜯는 것을
겨우 뿌리치고 마당을 빠져나오는데,
기어이 한 마리 강아지는 촐랑촐랑 덩달이를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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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경쓰여. 발라당도 제대로 못하겠네." "지금 뭐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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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히 한 마리는 떼어놓았으니
덩달이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천신만고 끝에 덩달이가 혹을 옆에 달고 내 앞에 당도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는
왜 따라왔는지도 모른 채 덩달아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덩달이 옆에 서 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덩달이는
내 앞에 이르자 발라당을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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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파, 정신 좀 차려봐! 여기 봐봐 자 이거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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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강아지의 표정이 자못 재미지다.
반쯤은 놀라고 반쯤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그러는 것만 같다.
그래도 덩달이의 발라당이 계속되자
뒤집뒤집하는 덩달이의 목덜미에 앞발까지 대보며
괜찮은 거야, 한다.
두발을 다 들어 정신 좀 차려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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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덩달이의 개수난은 계속될 것같다.

발라당을 끝낸 덩달이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그제서야 강아지도 안심이 되는 듯
덩달이 옆에 바짝 붙어 따라온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때마침 구름이 해를 가려
산책하기에는 꽤 괜찮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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