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에 물든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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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물든 고양이

 

 

고양이의 가을은 당신의 가을보다 아름답다.

그러나 고양이의 가을은 당신의 가을보다 슬프다.

사람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지만,

고양이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닥쳐오는 현실을 살아낼 뿐이다.

지금 당장의 시간을 즐길 뿐이다.

하지만 고양이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찰나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만,

내 기억 속에서 그것은 오래오래 빛난다.

 

 

 

이제는 가을도 끝물이어서

우리 동네와 이웃마을 고양이들은 마지막 가을 햇살에

찰나를 내맡긴 채 털을 고르고,

하품을 하고, 서로 쓰다듬는다.

 

 

 

 

올해도 무사히 살아남았다고,

살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어떤 고양이는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단풍잎 같은 손을 펼쳐 얼굴을 닦는다.

 

 

 

 

어떤 고양이는 아예 단풍나무에 올라가 단풍고양이가 되잔다.

어떤 고양이는 수북이 쌓인 낙엽길에서 산책고양이나 하잔다.

가을빛으로 물든 골목을 나긋나긋 걸어서

가을의 끝으로 걸어가는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와 단풍과 가을과 한 줄기 스산한 바람.

가을이 깊어서 고양이의 적막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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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고양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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