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마을, 야생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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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원시마을의 야생 아이들


루앙프라방에서 자전거를 빌려 2시간쯤 달려 가닿은 산중마을.
그야말로 문명을 한 발짝 비켜선 원시의 마을.
우리가 잃어버리고 때로 던져버린 풍경과 서정과
자연과 순결과 적막이 가득한 곳.

황토 먼지가 날리는 산중 비포장길에서 나는 산에서 내려오는
야생의 아이들을 만났다.
야생의 아이들이라고?
그렇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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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의 적막한 길에서 만난 아이들. 산에서 주워온 과일을 처음 보는 내게 불쑥 내밀었다.

녀석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산에서 주워온 과일을 하나씩 내민다.
본적도, 만난 적도 없는 내게 불쑥 선물을 내민다.
내가 그것을 받아들고 우물쭈물하자
녀석들은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듯 그 과일을 돌멩이에 대고 반으로 쪼개
맛있게 깨물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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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벌거벗은 아이들과 나는 야생으로 돌아가 2시간 넘게 자연 속에서 놀았다.

나는 녀석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과일을 돌멩이에 대고 반으로 쪼개
입에 넣었는데, 으악! 그 맛이 레몬보다 더 신맛이 났다.
내가 너무 시어 퉤퉤거리고 허허거리자
아이들은 재밌다는 듯 손가락을 가리키며 깔깔 웃어댄다.
이름도 모르는 이 과일은 그냥 과육을 베어 신맛의 과즙을 빨아먹고
뱉는 그런 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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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내게 과일 먹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앞에 앉아 나를 보는 아이는 남자처럼 생겼으나, 여자아이다. 개의치않고 이 여자아이는 벌거벗은 채 남자아이들과 놀고 어울렸다.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녀석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당연히 내가 라오스말을 알 리가 없었다.
나는 한국말로, 녀석들은 라오스 말로....
손짓을 약간 섞어가며 대화를 하는데, 신기하게 통한다.
대화의 요지는 대충 이런 거였다.
“이 과일 너무 시고, 맛없다.”
“이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이거 어디서 땄어?”
“저기 산에서.”
“나랑 같이 가볼래?”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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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내민 과일은 바로 이 산속의 수풀에서 주워온 것이다.

그렇게 녀석들의 뒤를 따라가자 숲속에 내가 방금 먹었던 과일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녀석들은 땅에 떨어진 것들을 주워온 거였다.
숲속은 너무 습해서 땀이 저절로 흘렀고,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너희들 어디 사니?”
“요 아래.”
“마을 구경좀 시켜줄래?”
“따라와. 외국놈.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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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아이들이 사는 마을. 야자수 잎을 외로 엮어 지은 집이 대부분이다.

아이들과 나의 대화는 통역도 없이 신기하게도 다 통했다.
녀석들은 나를 데리고 즈이네 마을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 중 3명의 아이들 집을 차례로 방문했다.
방문하고 싶었던 것보다 녀석들이 따라오라는대로 가보니,
녀석들의 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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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길과 마을 사이로 흘러가는 계곡물. 흙탕물이지만, 깨끗한 흙탕물이다.

집집마다 어른들은 밖에 나와 앉아 있었다.
내가 두손을 모아 “싸바이 디!” 하고 인사를 하면
어르신들은 특유의 ‘라오스의 미소’를 지으며 합장을 했다.
그렇게 1시간 가량을 마을 구경하고 떠나려는데,
아이들이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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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계곡에서 멱을 감고 노는 아이들.

“우리 멱 감으러 가자.”
“어디로?”
“요기, 개울로.”
흙탕물이 흐르는 개울이었다.
“설마 여기서 멱을 감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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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장난스러운 자세로 점프를 하며 논다.

나는 흠칫 놀랐지만, 녀석들은 벌써 하나 둘 개울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마을의 아이들이 첨벙첨벙 뛰어들더니
10여 명의 아이들이 멱을 감기 시작했다.
나는 몇컷의 사진을 찍고 나서 아예 카메라 가방을 던져두고
녀석들처럼 옷을 벗고 첨벙첨벙 개울로 걸어들어갔다.
흙탕물이긴 해도 생각보다 물은 깨끗했다.
이 물은 오염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흙이 섞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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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아이들은 물장구치고, 물싸움도 하고, 자맥질도 한다.

오랜만에 나는 어린시절로 돌아가 아이들과 물장구도 치고
물싸움도 하고, 헤엄도 치고, 자맥질에 다이빙까지 했다.
기껏해야 예닐곱살 정도인 아이들과
마흔살이 다된 어른이 함께 물놀이를 한다.
여기서는 그렇게 놀아도 뭐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없다.
마흔살의 어른이 옷을 다 벗고 멱을 감아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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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아이들은 하루종일 거의 벗은 채로 생활한다. 산에 갈 때도, 놀러 갈 때도, 이렇게 수영할 때도.

거의 또 1시간을 그렇게 아이들과 놀았다.
내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자전거 있는 곳으로 향하자
아이들도 이별을 예감한듯
개울에서 나와 줄줄이 따라나온다.
이 야생의 아이들과 나는 고작해야 2시간이 약간 넘는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런데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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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처럼 어린시절로 돌아가 녀석들과 어울리며, 자맥질도 하고, 다이빙도 하고, 물싸움도 했다.

녀석들은 내게 과일을 주었고, 나는 줄것이 없어
비상식량으로 챙겨간 비스킷 한 봉지를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그리고는 일일이 하나씩 악수를 하고 더러 포옹을 했다.
녀석들 중에 한 명은 여자 아이였는데,
내가 자전거에 올라타자 그새 정이 들었다고 눈망울이 젖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내 마음은 떠나지 못한 채 그곳에 머물러
자꾸만 원시의 풍경과 야생의 아이들을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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