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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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고양이



뜬금없이 붕어빵 고양이라니!
그럼 고양이가 붕어빵이라도 먹는단 말인가?
아니면 붕어빵 포장마차에서 혹시 알바라도?

붕어빵 고양이는 골목의 <잉어빵 포장마차>를 마치 제집처럼 드나들며 사는 길고양이다.
작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 ‘듣보잡’ 고양이 한 마리가
치킨집(과거 모냥이가 살던 치킨집과 또다른 치킨집) 앞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여러 번 내 눈에 띄었다.
중고양이쯤 되는 노랑이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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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고양이가 포장마차 주인이 건네는 팥고물을 받아먹고 있다.

그곳은 본래 얌이와 멍이의 영역으로
두 녀석이 먹이동냥을 오는 곳이기도 했다.
치킨집 주인은 손님이 먹다 남은 치킨을 얌이와 멍이에게 던져주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듣보잡 고양이가 나타나
넉살좋게 치킨 동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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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포장마차 주인이 '고양아' 하고 부르자 붕어빵 고양이가 '야옹'하고 달려간다(위). 포장마차 주인이 던져준 팥고물을 먹고 있는 붕어빵 고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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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녀석은 이미 백만년 전부터 그렇게 해온 것처럼 익숙하게
얌이와 멍이가 하는 모양을 그대로 흉내내었다.
더 웃기는 사실은 치킨집 앞에 자리잡은
잉어빵 포장마차 주인에게도 아는척을 하며 설레발을 쳤다.
급기야 날씨가 추울 때는 오라고 한적도 없는 붕어빵 포장마차 속으로 기어들어가
버젓이 몸을 녹이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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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팥고물 먹는 고양이가 있다니... 포장마차 주인은 가끔 다른 먹이도 던져주곤 한다.

다행히 포장마차 주인 부부는 그런 녀석이 싫지 않았는지
녀석에게 먹을것도 노놔주고 몸도 녹여주고 ‘이뻐해’ 주었다.
녀석은 이렇게 곰살갑게 굴면 어디서 팥고물이라도 떨어질줄 알았던 모양인데,
정말로 녀석에겐 팥고물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 되었다.
포장마차 주인은 붕어빵에 들어가는 팥고물을 조금 떼어
녀석에게 맛을 보여준 것인데,
녀석이 팥체질인지 그것을 너무 맛있게 받아먹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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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있어도 붕어빵 고양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일을 하거나 빤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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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부터 녀석은 치킨 동냥만큼이나 열심히 팥동냥을 하는 거였다.
골목 난간의 짤막한 겨울 햇볕 속에서 졸고 있던 녀석을 보고
포장마차 주인이 ‘고양아’ 하고 부르면
녀석은 냉큼 ‘쪼르르’ 달려오곤 한다.
그리고는 포장마차 주인에 떼어주는 팥고물을 낼름낼름 받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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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안에서 몸을 녹이고 넉살좋게 걸어나오는 붕어빵 고양이.

팥맛을 한번 본 붕어빵 고양이는
이 영역을 아예 접수하려고 맘먹었는지
언제부턴가 얌이와 멍이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결국 으르렁거리며 발톱을 세웠다.
졸지에 얌이와 멍이는 붕어빵 고양이에게 밀려나
치킨집에 먹이동냥을 올 때도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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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포장마차 앞에서 그루밍을 하고 해바라기도 하는 붕어빵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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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붕어빵 고양이는 팥고물과 치킨 동냥을 하며
이곳에서 3개월 넘게 살고 있다.
천성적으로 넉살이 좋은 것인지
내가 다가가도 ‘아는 체’를 하면서 괘념치 않고 제 할 일을 한다.
이 녀석은 붕어빵을 사러 오는 사람들조차 도통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른이건 아이건 누가 포장마차 앞에 나타나도
옆에서 빤히 쳐다보며 ‘쿨하게’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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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가건물 지붕에 올라가 낮잠을 자고 있는 붕어빵 고양이.

그러나 요즘 골목의 붕어빵 포장마차는 문 닫는 날이 많아졌다.
주인은 ‘요즘 장사가 안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동안 단골처럼 나도 이곳의 붕어빵을 즐겨 먹었지만,
요즘의 불황과 한파는 붕어빵 포장마차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러다 이곳이 문을 닫기라도 한다면,
붕어빵 고양이는 이제 또 어디 가서 팥고물 떨어지는 인심을 만날까!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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