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대치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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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대치기를 아십니까




가도가도 먼지만 푸석푸석 날리는 비포장 산길을 삼십 리쯤 달려야 드러나는 산그늘 속의 외딴 두메마을. 정선에는 아직도 그런 마을이 더러 있다. 한참을 달려도 집 한 채 보이지 않고, 이따금 들려오는 소리라곤 까마귀 소리가 전부인 그런 마을. 만일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의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너무 조용해서 외려 마음 신산한 마을. 정선하고도 동면 땅 함바위골이란 마을도 딱 그짝이다. 달랑 두 집이 사는 외로운 산중마을. 이 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사람밖에 없는, 파대 치는 농부를 만날 수가 있다. 파대라는 것은 눈을 가리고 소리만 들어서는 총이요, 가까이에서 보면 그냥 그저 그런 지게 멜빵처럼 생긴 짚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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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두메마을 함바위골의 최재규 씨가 파대를 치고 있다. 파대는 새나 동물을 쫓기 위해 짚으로 길게 꼬아 만든 끈이다. 이것을 치면 '따앙~' 하는 소리의 위력이 대단해서 동물은 이 소리를 듣고 도망을 치는 것이다. 과거에 아주 외딴 두메 사람들은 덫을 놓거나 총을 쏴서 동물을 쫓는 것보다 이렇게 소리를 내서 쫓아냈다.

본래 파대는 멜빵을 만들 듯 짚을 길게 엮어서 만드는데, 그 길이가 3미터가 넘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게 꼬아 놓았다. 함바위골처럼 짚이 귀한(산이 너무 깊으면 논이 귀해 짚을 사서 써야 한다) 산중에서는 가끔 나일론 끈으로 파대를 매기도 한다. 이것의 쓰임새는 소리를 내서 새나 동물을 쫓는 것이다. 그깟 짚끈이 내는 소리가 무슨 동물을 쫓을 정도가 되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바로 옆에서 그 소리를 듣는다면 모두들 귀를 틀어막아야 할 것이다. 파대를 칠 때 나는 ‘땅~’ 하는 소리의 위력이 실로 대단해서 그야말로 웬만한 총소리 저리 가라다. 파대의 원리는 이렇다. 손으로 파대를 돌리다가 갑자기 반대로 손을 꺾어 파대를 내리치면 파대줄이 꼬이면서 바람과 충돌해 소리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파대를 친다고 아무나 다 총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파대를 만들줄 알고, 칠줄 아는 최재규 씨에 따르면, 파대는 힘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요령이라고 한다. 내리칠 때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어린시절만 해도 주변의 두메마을에서는 흔하게 파대를 만들어 쳐왔다고 한다. 그런 것이 오늘날에는 유일하게 최씨만이 파대의 전통을 잇고 있는 형편이 되었다. “까마구가 와서 옥수수 막 파잽히고, 멧돼지가 감자 같은 거 막 파잽히면 이걸 한번 시게 쳐요. 그럼 이 놈들이 기겁을 하고 쫓겨가요. 소리가 음청 커요, 이게 하이튼 총소리만 하니까. 쬐끄만 해서 옛날 노인네들이 하는 거 보고 내가 맨들어서 지금 이래 하는 거요.” 실제로 그가 밭으로 나가 파대를 한번 치자, 귀가 먹먹할 정도의 ‘따앙~’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골짜기에 울려퍼졌다. 순간, 근처에 앉아 있던 까마귀들도 가슴이 철렁했는지,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이제 그가 떠나고 나면 누가 파대를 매고, 누가 파대를 친단 말인가. 하찮아보일지언정 이런 것이야말로 소중한 이 땅의 무형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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