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능구렁이가 나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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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능구렁이가 나타났어요



마당에 능구렁이가 나타났다.
이사를 온 뒤, 마당 한 귀퉁이에
돌담을 쌓아 새로 만든 화단 위로 녀석은 기척도 없이 기어와서는
한참 봄 햇볕을 쬐고 있는 거였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긴 했지만,
능구렁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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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 돌담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능구렁이.

사실 능구렁이는 최근 급격한 서식처 파괴와 무분별한 보신용 남획으로
그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보호대책이 절실한 뱀 중에 하나이다.
옛 속담에 "초라니 열은 보아도 능구렁이 하나는 못 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초라니처럼 나대는 사람은 쉽게 눈에 띄어도
속내를 감추고 있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흔히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기 잇속은 다 챙기는 사람을 보고 ‘능구렁이 같다’고 말한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란 말도 십중팔구는 능구렁이의 행동에서 비롯된 말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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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화단 위에서 봄볕을 쬐고 있는 능구렁이.

사실 능구렁이는 그 1미터 남짓으로 그 크기가 매우 큰 편이며
행동은 매우 굼뜬 편이다.
온도에 민감해서 뱀 중에 가장 먼저 겨울잠에 들고,
가장 늦게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능구렁이다.
하지만 능구렁이는 성질이 사나운 편이어서 쥐나 두꺼비, 새알 등을 닥치는대로 먹을 뿐만 아니라
독이 있는 다른 뱀까지 잡아먹는다.
동작이 느려도 할건 다하는 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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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가 마당을 가로질러 화단을 기어가고 있다. 1미터가 넘는 엄청나게 큰 녀석이다.

특히 독이 있는 두꺼비를 잡아먹고, 그 두꺼비 독을 사용해 다른 뱀을 잡아먹는다는 말도 전해오는데,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본래 녀석은 야행성이므로 낮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과거 집안에서 업신으로 많이 삼았던 뱀도 이 능구렁이다.
녀석은 주로 옛 농가의 마루 밑이나 처마 속, 지붕에서 생활하므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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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는 적갈색에 검은색 무늬가 얼룩무늬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농촌에서도 주택개량이 되고,
무논에 농약을 뿌려 먹이인 두꺼비와 개구리가 사라지면서
덩달아 녀석도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결정적으로 땅꾼들에게 몸보신용으로 남획되면서 능구렁이는
이제 민가 근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뱀이 되었다.
능구렁이의 몸 빛깔은 검은색과 적갈색이 굵은 띠 모양으로 얼룩무늬를 이루는데,
머리 쪽으로 갈수록 검은색의 비중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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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음흉하거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을 일러 "능구렁이 같다"고 한다. 능구렁이는 동작이 매우 느리지만, 다른 뱀도 잡아먹을 정도로 성질이 사나운 편이다.

한참을 화단에 머물며 봄볕을 쬔 능구렁이는
내가 사진을 찍느라 몇 번 찰칵거리자 귀찮은 듯
돌담을 기어내려가 개울 쪽으로 사라졌다.
이사를 온 뒤 마당에서만 최근에 4마리의 뱀을 보았다.
꽃뱀, 밀뱀, 능구렁이에 독사도 보았다.
마당 바로 앞이 논이고, 밤이면 개구리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이곳은 개구리가 많아서 뱀도 많은 편이다.
남들은 마당에 뱀이 나타나면 기겁을 하고 쫓아내기 마련인데,
나도 아내도 뱀이 기어가면 ‘어 뱀이네!’ 하고 말 때가 많다.
그래도 마당에 뱀이 자주 출몰해서 좋을 게 없으므로
조만간 마당 근처에 뱀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백반이라도 좀 뿌려야겠다.

* SLOW LIFE::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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