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옛날 비옷, 도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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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옛날 비옷, 도롱이



어린시절 느닷없이 소나기라도 만나게 되면, 커다란 토란잎을 우산 삼아 쓰고 집으로 총총 뛰어가던 때가 있었다. 물론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을 때의 일인데, 그 때만 해도 종종 도롱이를 걸친 채 물막이를 하러 논두렁으로 나서는 농부를 볼 수가 있었다. 우산이 없었던 시절도 아니었지만, 우산이란 것이 한 손으로 잡고 있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양손으로 삽질이라도 해야 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우산보다 도롱이가 더 편했을 터이다. 가끔은 비료포대에 양팔이 나오도록 구멍을 뚫어 비옷처럼 입고 나서는 농부도 있었다. 다 요즘과 같은 비옷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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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이는 지역에 따라 도래이, 도리, 도링이, 되롱이라고도 불렸으며, 주로 볏짚으로 많이 이었고, 띠풀(또는 억새)이나 부들, 보릿짚으로 엮은 것도 있었다. 주로 평야지대에서 짚도롱이가 많이 쓰였다면, 산간에서는 띠도롱이를 많이 썼다. 두 가지 도롱이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짚도롱이가 바스라지는 성질의 띠풀로 만든 띠도롱이에 비해 매기 쉽고, 구하기는 쉬웠지만, 무겁고 빗물이 스며드는 단점이 있었다. 해서 도롱이하면 띠도롱이를 더 나은 것으로 쳤다. 그러나 만드는 방법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안쪽에 짚이나 띠를 알맞게 엮은 다음, 바깥쪽에는 재료를 그대로 늘어뜨려 빗물을 흘러내리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이런 도롱이는 박물관이나 전원카페에서나 만날 수 있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지만, 아직도 몇몇 짚풀마을에서는 간간이 도롱이를 매어 놓는 곳도 있다. 영월에 있는 쌍용리도 그런 마을 가운데 하나로, 짚방석이며 짚단지, 주루막을 엮어내는 틈틈이 억새 도롱이를 매어 놓는다고 한다. 더러 장식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에서 긴요하게 쓰였던 것이 장식용이 되는 순간, 그것의 운명은 다한 것이다. 다행히 도롱이를 매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 땅에 남아 있어 운명이 다한 도롱이의 마지막 숨결을 그네들이 붙잡고 있는 셈이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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