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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26 단골고양이 출입하는 대학로 카페 (6)

단골고양이 출입하는 대학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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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닝사료 한잔이요”

 

“여기, 모닝사료 한잔에 치킨 라떼 추가요.”

 

대학로 카페 그린빈 2호점. 한가한 오전부터 단골손님 세 마리가 카페로 들어서고 있다. 노랑이 녀석은 들어서자마자 “어이, 여기 주인장~!” 하면서 주문이라도 할 냥으로 목청을 높인다. 마치 맡겨놓은 사료 찾으러 왔다는 듯, 녀석들의 행동은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계속되는 세 마리 손님 채근에 카페 매니저가 손수 드립커피 가져오듯 캔을 하나 들고 나왔다. 카페 문 앞에 앉아서 매니저는 캔 한 스푼씩 고양이에게 나눠준다. 노랑이 녀석은 아예 스푼을 양손으로 붙들고 향기까지 음미하며 캔을 맛본다. 손을 놓고 직립한 채로 받아먹기도 한다. 매니저의 서비스가 좋다며, 받아먹는 캔이 더 맛있다며.

 

 

매일같이 카페 그린빈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보아하니 노랑이 녀석이 가장 용감하고, 턱시도가 그 다음, 고등어 녀석은 소심해서 멀찌감치 떨어져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성격이었다. “얘가 우리 카페 마스코트예요.” 매니저가 노랑이를 가리켰다. 이름이 뭐냐고 묻자 그냥 치즈라고 한다. 턱시도는 배트맨을 닮았다고 배트, 고등어는 레오다. “알록이(삼색이)라고 한 마리가 더 있는데, 사료 주는 시간에만 찾아와요. 오늘은 안보이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네 마리 고양이의 어미인 수라(삼색이)까지 다섯 마리가 있었는데, 얼마 전 독립을 해서 나갔다고 한다.

 

 

새끼들에게 복된 영역을 물려주고 자신은 스스로 척박한 영역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지난 6년간 사료배달부로 살면서 종종 나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캣맘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먹이가 보장된 영역을 새끼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러 떠나는 어미고양이의 모성애. 고양이에게 영역은 세습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세습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유입된 고양이가 토착묘를 내쫓고 깃발을 꽂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사실 카페에 도착해 딸기 스무디를 시켜놓고 나는 망설였다. 이곳에서 고양이밥을 준다는 귓속말을 두 분의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머뭇거리며 고양이 이야기를 꺼내자 매니저는 기다렸다는 듯 “부르면 금방 와요. 한 마리 불러드려요?” 그러더니 카페 문을 열고 “치즈~! 치즈~!” 하고 주차장을 향해 소리쳤다. 거짓말처럼 노랑이 녀석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뒤질세라 배트와 레오도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름을 지어주니까 더 친근감이 생기고, 책임감도 더해진 것 같아요.”

 

 

카페 손님이 뜸한 틈을 타 매니저는 고양이들에게 캔을 나눠주었다. 주차장에는 아예 ‘개집’을 갖다놓아 녀석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그 앞에는 늘 사료와 물도 떨어지지 않게 준다고 한다. 카페 그린빈 2호점과 길고양이의 만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페를 오픈했을 때, 자연스럽게 거리와 주차장을 오가는 고양이가 눈에 띄었고, 곧바로 밥을 주기 시작했단다. “카페 사장님이 워낙에 동물을 좋아하시고, 저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망설일 것도 없이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안에서 사는 반려묘는 사랑도 받고 굶주리지도 않는데, 길에 사는 애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카페에서 캔을 얻어먹은 고양이들은 주차장으로 하나둘 자리를 옮겼다. 차밑 그늘에 들어가 그루밍을 하는 녀석들. 내가 녀석들 있는 곳으로 다가서자 용감한 치즈는 냥냥거리며 내 바로 앞에 앉았다. 배트와 레오도 한두 발짝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나는 집에서 가져온 고양이용 소시지 두 개를 까서 녀석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나눠준 것인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치즈와 배트는 서로 발라당 배틀을 선보였고, 소심하게 뒷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레오도 어느 새 근처까지 다가와 코를 벌름거렸다. 배트와 레오는 스스럼없이 장난을 쳤고, 치즈는 끈질기게 간식을 더 가져오라고 야단을 쳤다. 결국 나는 마트에 가서 인간용 소시지를 두 개 더 사다가 바치고서야 가도 된다는 승낙을 받았다.

 

 

어디에 있든 고양이는 멋진 그림이 된다. 더욱이 카페와 고양이는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최근 들어 서울에는 고양이에게 밥을 내놓거나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카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카페를 사랑하사 단골이 된 손님들은 더욱 많아졌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카페라면 사랑받을 자격도 있는 거니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카페들이여, 부디 번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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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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