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태어난 아기고양이 6마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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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고양이 대가족의 하루



라오스 루앙프라방은 길고양이의 천국이다.
라오인들은 풍족하지 않은 삶속에서도 언제나 길 위의 개와 고양이를 거두고 먹이며
이생을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리스나 일본처럼 풍족한 삶이 아니기에
라오스의 길고양이 또한 풍족한 삶을 영위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곳의 길고양이 행복지수는 세계 최고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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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고양이 삼색이와 그 곁에 올망졸망 앉아 있는 6마리 중 3마리의 아기 고양이.

라오스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길고양이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박멸’을 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그리스나 일본처럼 길고양이에게 선심을 베푸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길고양이에게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 것으로
길고양이의 고양이다운 삶을 보장한다.
다만 집으로 찾아온 고양이에게는 먹이를 내주고
사원에 들어온 고양이에게는 공양을 하고
다치고 병든 고양이는 선량한 불심으로 보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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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본 적도 없는 나에게 아기냥들은 꼬물꼬물 모여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길고양이의 천국답게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다 보면 길거리에서 수많은 길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이 중엔 집과 길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외출냥이도 있고,
사원과 거리를 구분없이 돌아다니는 절냥이도 있다.
이곳의 길고양이는 대부분 도망도 가지 않는데다 접대냥의 기질을 가지고 있어
여행자라면 누구라도 고양이를 만져볼 수 있고, 안아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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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갓난냥들이지만, 여느 새끼 고양이들처럼 장난은 다 치고 논다.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던 중 칸 강변 마을에서 고양이 대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모두 8마리로 가족을 이룬 고양이 대가족.
어미는 흰색 바탕의 삼색냥이었고,
아비는 목과 가슴이 하얗고 등과 머리가 까만 흑두건 고양이였다.
이들 부부냥 사이에는 무려 6마리의 새끼가 있었는데,
온몸이 하얗고 꼬리만 살짝 검은 ‘검은꼬리흰냥이’ 한 마리,
삼색냥 한 마리, 아직 털이 별로 없지만 삼색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어설픈 삼색냥 또 한 마리, 온 몸이 까만 깜장이 두 마리, 아직은 젖소무늬가 희미한 젖소냥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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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고양이 흑두건과 6마리 중 4마리의 아기 고양이(위). 의자에 앉아 있는 아기고양이. 아직 어려 털 사이로 살이 다 내비친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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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숱하게 길고양이와 집냥이를 보아왔지만,
새끼가 6마리인 경우는 처음 봤다.
이 고양이 대가족은 칸 강변 마을의 한 허름한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 집에서는 고양이 대가족을 위해
생선을 발라 버무린 밥을 마당에 내놓고 있었다.
내가 그 집앞을 지날 때
아비인 흑두건 고양이가 먼저 아는체를 하며 다리에 부비부비를 하고 ‘발라당’을 하는 거였다.
녀석은 마치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라는 듯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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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나앉아 비오는 바깥을 구경하고 있는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 한 마리.

내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6마리의 새끼들은 일제히 내 발밑으로 꼬물꼬물 모여들었다.
보아하니 이 아기냥들은 그야말로 눈을 뜬 지도 얼마 안된 갓난냥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걷는 것도 아직은 뒤뚱뒤뚱거리고, 아장아장거렸다.
하지만 요 녀석들도 고양이는 고양이인지라
벌써부터 장난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고, 할퀴고, 점프하고, 뒹굴고...하는 것들이 여느 새끼고양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이 녀석들 이렇게 잘 놀다가도
어미와 멀리 떨어지기라도 하면
금세 냥냥거리며 어미 주변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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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살을 발라 버무린 고양이밥을 먹고 있는 아기 고양이(위). 나무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아기 고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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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오전 중에 칸 강변 마을을 몇 군데 둘러보기로 했던 나의 계획은
요 고양이대가족을 만나는 바람에 완전히 차질이 생겼다.
이 녀석들 구경하는 것만으로 훌쩍 두어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내가 카메라를 거두고 마당을 나서자
두어 마리 아기냥은 줄레줄레 마당까지 따라나섰다.
마음같아선 나도 이 녀석들 데리고 줄레줄레 고양이 산책이나 하고 싶었다.

* 루앙프라방의 고양이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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