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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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독립만세?



지난 해 늦가을에 태어난 까뮈네 5남매는 한겨울에 보금자리가 철거되는 바람에
떠돌이 고양이 신세로 엄동설한을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새끼고양이 세 마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당돌이와 순둥이 두 마리만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두 마리의 고양이는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살아갈 궁리를 해야만 했지만,
묘생의 첫 겨울은 너무 추웠고,
결정적으로 집도 없이 떠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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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요...사, 사료 좀..."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추울 때나 배고플 때 늘 곁을 지켜주며 돌봐주던 어미고양이다.
엄동설한을 견뎌야 하는 새끼고양이에게 어미고양이는
유일한 보호자이자 묘생의 가이드였다.
그러나 고양이 세계의 인연이란 어쩌면 이별을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의 인연도 그렇다.
새끼가 태어나 젖을 물리고 키워서 혼자 살아갈 능력이 될 때쯤
어미와 새끼는 헤어져야 한다.
이것을 ‘분가’로 부르든 ‘독립’이라 부르든 아무리 좋게 불러도
결국엔 이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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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골목의 주인냥이다!"

겨우내 당돌이와 순둥이를 돌봐왔던 어미고양이 까뮈도 그렇게 고양이 세계의 ‘법칙’에 따라
얼마 전
새끼의 곁을 떠났다.
약 한달 전인 2월 중순이었다.
당돌이와 순둥이는 태어난 지 어언 4개월을 넘기고 있었다.
고등어무늬 중고양이를 밀어내고 어렵게 차지한 골목의 영역에서
어느 날부턴가 어미고양이 까뮈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며칠 보이지 않는 거겠지, 여겼으나
결국 한달이란 세월이 더 지나도록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당돌이와 순둥이에게 이 영역을 물려주고 어미는 아주 먼 곳으로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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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가도 돼? 무서워!"

그동안 길고양이를 관찰한 바에 따르면
보통 길고양이는 태어난지 3~5개월 사이에 독립을 시킨다.
더러 5개월이 넘도록 새끼들을 품에 안고 사는 어미도 있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그리고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독립시킬 때는 대부분 자신의 영역을 물려주고
자신은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새끼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임신을 한 관계로
한두 달만에 새끼들을 떼어놓는 경우도 있긴 하다.
결국 까뮈는 보편적인 길고양이의 ‘독립’ 절차를 밟았고,
당돌이와 순둥이는 4개월만에 어미로부터 독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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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믿지! 넌 내가 보호해 줄게, 걱정마!(덜덜덜...)"

독립을 한 당돌이와 순둥이는 ‘고양이독립만세!’라도 외쳐야 하건만,
고양이의 독립이란 게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독립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먹고 자고 놀고 영역을 지키고 짝짓기를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지난 한달여 동안 지켜본 바로는
어미가 곁에 있을 때 그렇게 당돌하고 스스럼없던 당돌이는
살짝 주눅이 들어서 내가 사료배달을 왔음에도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어미가 있을 때 내 발밑까지 다가오던 용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인지.
결국 당돌이 녀석, 엄마를 믿고 그렇게 당돌했던 것인지.
본래부터 수줍음이 많고 경계심이 있었던 순둥이는 더욱 겁쟁이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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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있을 때가 좋았지....그 때가 좋았지...."

막상 독립을 하자 두 녀석은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무섭고, 다른 고양이마저 무서워진 것이다.
그래도 당돌이 녀석 예전처럼 우렁찬 목소리는 아니어도
내게 밥은 내놓고 가라며 앙냥냥거리기는 한다.
저래서 순둥이는 지킬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다 그런 법이다.
처음부터 베테랑이 될 수는 없다.
조금씩 눈치보고 골목에서 뒹굴다보면 노련한 때가 묻는 법이다.
지금은 물론 그런 때보다 아궁이의 시커먼 그을음이 잔뜩 묻은 상태이지만.
당돌아 순둥아 !
부디 어미 고양이가 물려준 이 영역을 오래오래 지켜주기 바란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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