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밥 강탈하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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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밥 강탈하는 강아지



축사냥이를 만난 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었다.
따져보니 그동안 축사냥이에게 퍼다 나른 사료만도 3포대나 된다.
축사냥이가 살고 있는 축사는
맑은 물만 제공된다면 길고양이가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거처이다.

우선 축사를 사방으로 감싼 철망이 있어
녀석들에게는 이것이 자연적인 보호 담장 노릇을 한다.
그리고 축사 안에는 곳곳에 고양이가 숨어지낼만한 은신처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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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붓하게 2마리의 축사냥이가 사료를 먹고 있다.

더욱이 축사 입구에는 겨울에도 녀석들을 따뜻하게 덥혀줄
볏단 더미가 잔뜩 쌓여 있다.
축사냥이들은 이 볏단 위에 올라가 졸거나 잠을 잔다.
한 가지 염려가 되는 것이 있다면,
축사 주인집 강아지다.
이 강아지는 집을 놔두고 허구헌날 축사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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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디선가 강아지 등장. 일순 고양이와 강아지 사이에 긴장감이 감돈다. 고양이는 등과 꼬리의 털을 세워보지만, 강아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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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종종 축사냥이 어린 새끼들을 괴롭히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많다.
물론 이 강아지도 고양이들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심심해서 녀석들과 놀아보려는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강아지의 이런 행동이 엄청난 위협이자 스트레스다.
한술 더 떠 강아지는 거의 매일같이
내가 고양이들에게 제공하는 사료에 눈독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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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하악질과 경계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는 성큼성큼 고양이밥을 향해 다가가 결국 제 밥인양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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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보는 앞에서도 녀석은 고양이들을 몰아내고
고양이밥을 강탈해 먹곤 한다.
축사냥이 새끼들은 밥을 먹다가도 축사 강아지가 나타나면
등과 꼬리의 털을 바짝 세워 으르렁거려보지만,
강아지는 아랑곳없이 어슬렁어슬렁 그곳으로 걸어가
고양이밥을 먹어치운다.
그렇다고 축사 주인집 강아지를 축사에서 쫓아낼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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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내덩가...!" 축사 밖에서도 고양이들은 언제나 강아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해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고양이밥을 주기 전에 항상
녀석을 유인해 한 움큼 먼저 선심을 베푸는 것.
처음 며칠간은 이 방법이 잘 들어맞았다.
그런데 요 녀석의 강아지, 처음부터 배가 고파서 사료를 탐낸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내가 뿌려주는 사료를 먹는둥마는둥 하고는
또다시 고양이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니까 녀석은 이것을 하나의 ‘놀이’로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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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어쨌다고...나는 걍 냥이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것뿐인데..."

자신이 달려들면 고양이들이 무서워 도망가는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하는 수없이 나는 녀석이 고양이를 향해 달려올 때마다
발을 굴러 녀석을 쫓아버렸다.
그런데 이 녀석 엄살은 또 얼마나 심한지.
내가 발만 굴러도 동네가 떠나가라 깨갱, 깨갱거린다.
이래저래 축사냥이 새끼들은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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