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개나리 꽃편지

|

고양이개나리 꽃편지


 

고양이야말로 생을 즐길 줄 아는 존재다.
먹고 살기 빠듯한데도
언제나 유유자적 골목을 산책하고
소외와 멸시 속에서도
늘 낙관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양이가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괜찮다. 다 지나간다.” 하면서.
때로는 너무 낙관적인 고양이의 자세가 철딱서니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늘 좌충우돌 변화무쌍한 세월을 건너온
봉달이 또한 녀석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다 보면
“햐! 저 녀석이야말로 묘생을 즐기고 있군!”
그런 생각이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묘생을 즐기는 봉달이가 오늘은
개나리 꽃그늘에서 놀고 있다.
개나리는 만개하여 둔덕에 자지러지는데,
봉달이가 오늘은 낭만화묘가 되어
개나리 꽃구경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나리 꽃그늘 아래 노니는 봉달이는
마치 나에게도 “어이 거기 사진 찍는 양반, 좀 쉬었다 가지?” 하면서
가는 봄날을 즐기라고
내게 꽃같은 눈빛을 보낸다.
가는 봄이야 알아서 가라하고
당신은 여기 앉아 가지 말고 한 걸음 쉬었다 가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목에 매단 카메라도 좀 내려놓고
어깨에 잔뜩 짊어진 그 삶의 무게도 좀 내려놓으라고.
개나리 꽃편지를 슬쩍 건네준다.
덩달이는 덩달아 저쪽 고목 그루터기에 앉아서
진달래 꽃그늘도 나쁘지 않다고
발걸음 바쁜 나를 유혹한다.

“어이 거기 사진 찍는 양반, 봄날을 즐기라고. 그 심각한 표정도 좀 걷어치우고...”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