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은밀한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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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은밀한 통로



‘고양이 문’이라는 게 있다.
집냥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이것은 방문이나 현관문 아래
고양이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서 문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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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컨네이너 박스의 아랫구멍은 요즘 그냥이네 식구들의 전용문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 고양이 문의 기원은 유럽에서 14세기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기록되지 않은 고양이 문의 역사는 더 먼 옛날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고양이의 은밀한 통로는
길에서 사는 길고양이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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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네 식구들은 컨테이너 밖에서 놀고 있다가도 길개가 나타나거나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컨테이너의 은밀한 통로로 재빨리 숨어버린다.

이를테면 담장에 뚫린 손바닥만한 구멍이나
대문 아래의 한뼘도 안되는 틈같은 것들은
길고양이에게 결코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주택가 골목이나 공원, 텃밭 등에 가건물처럼 들어선 컨테이너 박스의
국배판 책 한권보다 작은 네모난 구멍도
고양이가 애용하는 은밀한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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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네 식구 중에 가장 겁이 많은 겁냥이가 '고양이 문'을 내다보다가 안전함을 확인하고는 밖으로 나와 그루밍을 하고 있다. 짜식 내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안전하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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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길고양이를 관찰한 바로는 컨테이너 박스 밑의 낮고 어두운 틈은
고양이의 가장 안전한 은신처 노릇을 한다.
가령 유기견에게 공격을 받거나 사람의 포획을 피할 때
가장 만만한 피신처이자 가장 확실한 은폐물이 되어주는 곳도 컨테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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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네 얼룩이가 고양이 문을 빠져 텃밭으로 가고 있다(위). 미용실 외출 고양이 사랑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고양이 문을 통해 그냥이네 식구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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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의 컨테이너에 뚫린 ‘고양이 문’은
과거에 희봉이와 깜냥이가 애용했었고,
지금은 그냥이네 식구들이 거의 전용문처럼 사용하고 있다.
녀석들은 먹이원정을 올 때
이 은밀한 통로를 통해 컨테이너 밑으로 들어가 주변 상황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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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 은밀한 통로는 희봉이의 전용문이었다. 녀석은 링 고양이처럼 이 작은 구멍을 쑥 빠져나와 텃밭으로 나가곤 했다.

가끔씩 컨테이너 박스 밖으로 나와 해바라기를 하거나 장난을 치다가도
사람이 접근해 오거나 길개가 나타나면
재빨리 고양이 문을 통해 컨테이너 밑으로 숨는다.
더구나 이 은밀한 통로는 텃밭으로 나가는 출입문과도 같아서
녀석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곳을 드나들고,
가끔은 고개만 내밀고 바깥을 살피는 감시창 노릇도 한다.
그러니까 이 구멍은 단순한 구멍이 아니라 녀석들에게는
구원의 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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