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인간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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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간사용 설명서



우리 고양이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우리를 싫어하는 인간과 좋아하는 인간. 그리고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인간. 우리를 싫어하는 인간은 다시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우리를 무서워서 싫어하는 인간(1)과 우리를 무조건 무차별 막무가내 이유없이 싫어해서 심지어 멸종, 박멸시키려는 인간(2). 우리를 좋아하는 인간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를 불쌍하고 궁휼히 여겨서 좋아하는 인간(3)과 우리를 귀엽고 예쁘게 생각해서 좋아하는 인간(4).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관심 인간(5)은 대체로 무해한 인간.

여기에 이들 유형에 따른 인간사용 설명서(괄호 속의 번호를 숙지하고...)를 첨부할테니 모든 신사 숙녀냥들은 참조하기 바람. 이 내용은 얼마전 고양이학교에서 발행한 인간사용 설명서를 참조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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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1. 그들이 우리를 싫어서 무서워하든, 무서워서 싫어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를 무서워한다는 거니까 공연히 밤중에 이들 앞에 ‘짜잔’ 나타나서 놀라게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바람. 우리에게 딱히 해코지를 하거나 중상모략은 하지 않을 선량한 유형이므로 되도록 이들에겐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상책임. 만일 어쩔 수 없이 막다른 골목에서 이들을 만났을 경우, 설령 상대가 끼야악 비명을 지른다고 해서 공연히 진정을 시키겠다고 그 앞에서 ‘발라당’을 하거나 부비부비를 하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 않기 바람. 자칫 사람 잡을 수 있음. 이럴 땐 무조건 조용히 바람처럼 사라져주는 게 최선의 행동임.

유형 2. 1당 100 노릇을 하는 가장 막강한 고양이 안티 세력. 맞서 싸워보겠다고 앞에 나섰다간 비명횡사할 수 있으니, 그저 이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음. 이들이 돌을 던지면 피하고, 포획, 살처분에 나서면 은신처에 꼭꼭 틀어박혀 지내는 수밖에 도리가 없음. 이들을 설득시키거나 이해시키려고 나서는 것조차 자살행위임. 그러니 이들 앞에선 죽은 듯이 숨어서 대꾸조차 하지 않는 게 상책임. 우리가 나쁜 병균을 옮기거나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하거나, 인간의 생활에 피해를 준다는 논리를 널리 설파하고 다니는 대표적인 유형임. 중세시대 우리를 몰살한 결과로 페스트가 창궐했다는 사실도 이들은 인정하지 않음. 오늘날 지구를 이 따위로 망쳐놓은 장본인이 인간임에도 그 명백한 사실조차 이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음. 말이 통하지 않는 유형이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상책임.

유형 3. 우리 입장에서 가장 상대하기 수월한 대상임. 이들 앞에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자다가도 캔이 생김. 만일 이런 유형을 골목에서 만나게 되면, 한쪽 다리를 절거나 아픈 표정을 짓는 것도 좋은 방법. 만일 한겨울에 따뜻한 집이 필요할 때에도 이들 앞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성냥 사세요~’를 외쳐보라. 곧바로 따뜻한 집이 생길 것이다. 길 위에서 사는 것이 지겨워 집냥이가 되고 싶다면, 이들의 동정심을 건드려 볼 것. 이를테면 먹이를 주는 상대의 무릎 위로 살포시 올라가 안긴다던가, 이건 거의 확률 100%.

유형 4. 우리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지만, 가끔 너무 귀찮게 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그래도 희생정신을 발휘해 가끔은 이들에게 봉사할 필요가 있음. 뒤집기 하다가 요통이 왔다거나 그루밍을 너무 해서 혓바늘이 돋았다는 사례도 있으나, 우리를 그토록 지고지순하게 사랑해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쩌다 우리가 이쁜 벌레나 쥐라도 한 마리 선물해주면 이들은 자지러질 것임. 그러나 가끔씩 이들 앞에서 도도하고 우아한 품위를 유지할 것. 지나치게 발라당거리면 값싸게 보일 수 있으니, 강약조절에 유의할 것.

유형 5: 대체로 무해한 인간형이지만,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그들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릴 필요가 있음. 고양이의 관심법으로 보건대 이런 유형은 어떤 결정적인 계기 하나로 관심형 인간으로 변할 수 있음. 이를테면 달밤에 가장 귀여운 아기냥들을 데리고 스윽 한번 지나가보기 바람. 십중팔구는 넘어오게 돼 있음. 그래도 무관심하다면 그냥 관심 끊기 바람.

* 믿거냥 말거냥 뉴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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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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