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왜 V자로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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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왜 V자로 날까


 푸른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쇠기러기의 아름다운 비행.


철새의 여행은 낭만적인 여행이 결코 아니다. 그들로서는 이동 자체가 목숨을 건 모험이다. 상당수의 새가 기나긴 이동 중에 죽거나 다친다. 매서운 강풍과 눈보라,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느닷없는 비행기의 출현 등이 이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생존을 위협한다. 그러므로 한반도까지 날아온 철새는 그 모든 위험과 역경을 건너온 ‘불사조’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조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철새들은 기류를 타고 이동한다. 즉, 겨울 철새들은 차가운 기류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가을에 기류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조류학자인 원병오 박사에 따르면, 철새는 보통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를 비행한다. 평균 시속으로 따지면 50~90km 정도인데, 오리류가 가장 빨라 녀석들의 비행은 거의 시속 100km에 육박한다고 한다.


철새들이 이동하는 까닭은 먹이를 찾아 떠나는 본능 때문이지만, 더러 생식선의 변화가 원인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철새들이 네비게이션도, 레이다도 없이 정확하게 목적지를 찾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유력한 두 개의 학설은 낮에는 태양의 위치로 방향을 잡고, 밤에는 별자리를 통해 이동한다는 설이다. 이 두 가지 설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지만, 더욱 확실한 정설은 학설과 상관없이 철새의 이동이 여전히 ‘수수께끼’라는 것이다.



 철새도래지 순천만 갯벌의 오리떼.


그러나 철새의 대명사 기러기의 편대 비행은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린 상태다. 편대 비행이란 사람들이 학교에서 반을 나누는 것처럼 무리를 나누어 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편대마다 편대장이 따로 있는 셈이다. 흔히 기러기는 이동시 V자형으로 편대를 이뤄 날아가는데, 여기에는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다. 맨앞의 기러기가 날개짓을 하면 맞바람과 부딪쳐 소용돌이 상승기류가 발생하는데, 뒤에 오는 기러기는 이 상승기류를 이용해 날개의 힘을 아끼게 된다. 혼자 날 때보다 훨씬 힘을 덜 쓰게 되는 것이다. 기러기 사회는 인간의 군대와 같아서 무리의 맨 앞에는 언제나 경험이 많고 힘이 센 대장 기러기가 앞장을 서고, 경험이 적고 약할수록 뒤를 따르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러기 무리는 경험이 없고 힘이 약한 기러기를 보호하고, 힘을 덜 쓰도록 돕는다. 대장이 힘이 다해 더 이상 편대를 지휘할 수 없을 때는 서열상 두 번째 기러기가 대장 임무를 물려받는다.



 큰기러기의 V자 편대 비행. 맨앞에 경험이 많고 힘이 센 기러기가 앞장선다.


기러기 사회에서는 먹이활동 중에도 반드시 보초병을 세워 경계임무를 맡기는데, 위험에 처했을 때 이들만의 약속된 경계음으로 위험을 알린다. 기러기(7종이 우리나라를 찾는다)는 크게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로 나뉘며, 큰기러기가 쇠기러기보다 몸길이가 10cm 정도 크고, 몸빛깔은 짙은 갈색을 띤다. 반면 쇠기러기는 좀더 왜소하고, 몸빛깔이 회갈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기러기류는 곡식의 낟알이나 배추, 보리, 풀잎 등을 먹는 초식성 철새이다. 기러기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옛 조상들은 이 새가 ‘그력그력’ 운다고 기러기라고 했다.



 저녁 노을 속의 가창오리떼.


대부분의 기러기들은 시베리아 동부의 호수나 습지를 고향으로 삼고,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의 천수만과 철원평야, 해남의 고천암호로 겨울을 나러 왔다가 봄이 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기러기 새끼는 여름까지 어미 기러기의 보호를 받으며, 가을에 둥지를 벗어나 우리나라로 첫 철새여행을 떠나온다. 시베리아에서 한반도까지 기나긴 기러기의 여행은 목숨을 건 모험이나 다름없다. 온갖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러기는 해마다 3000~4000km의 기나 긴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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