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극장: 추냥이의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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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극장 2: 추냥이의 설날




#1: 내 이름은 추냥이예요. (후후훗!)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그러는데, 이 동네 고양이 중에 내가 젤루다 이쁘대요.

보기에도 청순하게 생겼죠?

나이는 3개월이구요, 성별은 알 필요 없어요.

취미는 사진 모델, 특기는 텔미춤 추기... 소개는 여기까지만.



#2: (하악! 하품한다) 그늘에 있다가 햇볕에 나오니까, 자꾸 졸려요.

하악! 뭐 재밌는 일 없을까!

설날도 코앞인데, 아 따분해라.



#3: (합판을 잡고 올라서며) 으랏쌰! 이것도 재미없네...

아저씨도 재미없죠....



#4: 그렇담 꼬리물기 놀이나 할까...

이렇게 꼬리를 말아서 입에 물고...

고양이떼 뿅뿅뿅~ 설나들이...



#5: 갑니다..아 으악! 쿠앙!

(뒤로 벌렁 넘어지며 쿵하고 컨테이너에 머리를 부딪친다. 한동안 정신이 없다.)



#6: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못봤지. 아저씨도 못봤죠?

아이 쪽팔려라! 길고양이 체면에 아프다고 울 수도 없고.

카메라 앞에 두고 이게 무슨 망신이람!



#7: (혀를 쭉 내밀며)

쩝! 못 본 걸루 해주세요~. 봤음 말구!



#8: 크흐흐!

그래두 뭐, 이 동네서 내가 젤 잘 나가는 고양이라구요.

내가 이 동네 원더캣츠잖아요...함 보실래요.



#9: (어깨를 으쓱, 텔미춤을 추며)

퉬미~, 퉬미~ 퉤퉤퉤퉤~ (사실은 다리가 풀려서...)



#10: (소희 흉내를 내며) 어머나~!

(사실은 민망해서, 썰렁한 분위기를 감지한듯)

하나두 안똑같다구요? 아님 말구요.


 


#11: 그럼 이건 어때요. 고양이 차력쇼.

(게살 가다랑어 캔을 들어올리며) 이런 참치캔 마스크 보셨어요?

이거 사실 사진 찍는 아저씨가 설날이라고 갖다 준 건데...

이걸로 어림 떡국도 없죠.



#12: (도도한 표정으로)

달랑 참치캔 하나로 모델료 떼울려구...

것두 저번에 연기 잘했다고 희봉이 오빠한테 반이나 덜어주고...칫!



#13: 그래두 어제 나한테 탕슉 남은 거 갖다 줘서 봐줄게요.

미리 고양이 세배 찐하게 할 테니깐, 설날에 집에 가면 맜있는 거 많이 싸다 주세요.

(근데 이게 고양이 세배 맞나?)

아함! 오늘 모델은 여기서 끝.


THE END. 야옹~!

* 출연: 진정한 모델 추냥이(첫 만남은 3개월 전 우리 집앞 버려진 소파였다. 자정 무렵이었는데, 간신히 기어다니는 녀석을 어미가 물어다 포근한 소파에 앉히는 걸 보았다. 그 때 새끼가 다섯 마리였는데, 내가 이름을 다 붙여주었다. 추냥이는 막내고, 점박이, 깜냥이, 희봉이, 퉁퉁이 이렇게 다섯. 그러나 요즘 넷째 점박이는 어찌된 일인지 한달 반째 보이지 않는다.)

* 연출/촬영/대본: dall-lee(우리 동네 길고양이 중에 내가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녀석이 추냥이고, 나를 가장 만만하게 보는 녀석 또한 추냥이다. 원래는 독고라는 이름이었는데, 아무래도 암놈 같아 보여서 내 맘대로 이름을 추냥이로 바꿨다.)

* OST: 원더걸스의 ‘텔미’ (없으면 나훈아의 '고향역'이라도)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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