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먹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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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먹는 고양이

 

김치 먹는 고양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은 있지만,
내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다.
개울냥이가 사는 이웃마을을 지나다가
길에서 우연히 한 고양이를 마주쳤는데,
녀석은 망설임 없이 논자락으로 내려가 쓰레기더미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먹을 거라도 발견했는지,
녀석은 고개를 파묻고 무언가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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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에서 만난 고양이, 타박타박 어디론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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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보니, 놀랍게도 그건 김치였다.
예전에도 김치 좀 씹어봤다는 듯
녀석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녀석은
김치를 씹어대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김치로 말할 것같으면,
누군가 새로 김장김치를 담은 후 통에 남아 있던 묵은 김치를 고스란히 버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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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자락 쓰레기더미에서 녀석은 누군가 버린 김치를 씹어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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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는 이 녀석이 그저 김치를 좋아하는 녀석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녀석의 표정은
잔뜩 찌푸린 채 억지로 먹는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니까 먹을 게 없어서
달리 먹을 게 없어서 녀석은
이 시고 맵고 짠 것으로라도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게 분명했다.
다행히 차안에 비상용으로 싣고 다니는 사료가 있어서
나는 녀석이 배불리 먹을 정도의 사료를 빈 포대 위에 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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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먹던 녀석은 이게 뭔가 싶어
포대 위로 다가와 사료를 한입 맛보는가 싶더니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있었나, 하는 표정으로 우적우적 사료를 씹어대기 시작했다.
사료를 다 먹은 뒤에는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나를 한번 더 쳐다보고는 근처까지 다가와 킁킁 냄새까지 맡았다.
그건 마치 ‘그래 너를 기억해두마!’ 하는 몸짓언어에 가까웠다.
녀석의 코에는 미처 떼지 못한 고춧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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