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네 가족 1개월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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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네 가족 1개월간의 기록


고양이는 본래 무리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 사냥하고 혼자 영역을 지키는
고독한 동물이다.
그러나 도심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독자적이고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가족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그냥이네 가족은 새끼가 3개월이 되도록 함께 지내고 있으며,
7개월 전에 낳은 새끼조차 여전히 보모냥 노릇을 하며
어미냥 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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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네 가족의 막내 아기냥 삼색이. 이 녀석은 두번째 만났을 때(약 달포 전), 스스럼없이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한참이나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멍이와 얌이의 어미인 연립댁 또한 3개월 정도 얌이 멍이와 함께 살다가
녀석들을 독립시킨 뒤,
최근 4마리의 새끼(2개월 된)를 키우는 동안
일시적으로 두 녀석을 다시 둥지에 머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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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슈렉 고양이'로 소개한 적이 있는 순진한 이 녀석도 노랑이네 일원이다.

고양이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해온 파울 라이하우젠에 따르면
모든 고양이는 모두 다른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노랑이네 가족도 보기 드문 그들만의 가족체계를 이루고 있다.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녀석들은 슬레이트 지붕 위의 둥지에서 어미냥과 5마리의 새끼가 함께 살고 있다.
새끼가 태어난 지 3개월이 되도록 독립을 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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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네 새끼냥들의 한가로운 오후. 위의 녀석은 얼마 전 휴지 먹는 길고양이로도 소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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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랑이네가 그냥이네 혹은 연립댁과 다른 점은
젖을 뗀 이후로 어미냥은 어미냥대로 먹이활동을 나가고,
아기냥은 아기냥대로 먹이활동을 다닌다는 점이다.
먹이활동을 다니는 영역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이 대식구는 일정한 주택 공터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를 공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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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 노랑 새끼들의 어미냥, 노랑새댁. 

내가 처음 녀석들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도
이곳에는 이따금 누군가 먹이를 주는 이가 있어서
물통과 먹이통이 구석에 놓여져 있었다.
노랑이네 새끼들은 막내인 삼색 아기냥을 제외하곤 네 마리가 모두 노랑이다.
네 마리의 노랑이 새끼는 너무 비슷해서
사실 누가 누구인지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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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은 이 어미냥도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젊고 예쁜 새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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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녀석들을 처음 만난 것은 한달이 훨씬 넘었고,
그동안 꾸준히 녀석들을 돌보아왔다.
그런데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은 이것이다.
노랑이네 가족들은 마치 집냥이처럼 사람을 잘 따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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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달 전 단풍을 배경으로 앉아 있던 새끼 노랑이.

내가 두 번째 먹이를 주러 갔을 때,
5마리 가운데 3마리의 아기냥은 두 번밖에 안본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드러눕고 뒹굴고 내 신발을 핥는 등
귀염작렬하는 먹이구애행동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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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따뜻한 겨울 햇살을 즐기며 놀고 있는 노랑이 새끼들.

그 중에 가장 막내인 삼색 아기냥은 두 번째 만남에서
내 무릎 위로 올라와 한참이나 내 얼굴을 살폈다.
내가 녀석을 살짝 안아서 들어올리자 신기하게도 녀석은 가만히 안겨서
내 손길을 즐기는 듯했다.
만난 지 두 번만에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길고양이는 나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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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나앉은 두 마리의 새끼와 주택가 골목에 쭈그려앉은 삼색이와 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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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으로 정을 줬던 희봉이와 깜냥이도
여름과 가을을 심심하지 않게 해줬던 얌이와 멍이도
내 손과 코를 서로 맞대는 고양이 인사를 하는데 무려 3~4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렇다고 녀석들이 안아올리는 것을 허락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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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네 식구 5마리 새끼들 중 4마리는 너무나 비슷하게 생긴 노랑둥이여서 사실 지금까지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어쨌든 노랑이네 가족은 모두 친근하고 사교적이었다.
미모가 빼어난 어미냥조차 내 앞에서 뒹구는 먹이구애행동을 보일 정도이다.
언제부턴가 이곳의 아기냥들은 내가 먹이를 주었는데도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니며 놀아달라고 한다.
심지어 내가 안보일 때가지 차밑에서 나를 배웅하고 나서야 먹이 앞으로 다가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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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 새끼들 중에 경계심이 가장 심해 가까이 오지 않는 맏이 노랑이.

아주 가끔씩 이 녀석들의 아빠로 추정되는 삼색 카오스 고양이도
먹이를 먹으러 나타난다.
막내 삼색이와 맏이 노랑이는 아빠로 보이는 고양이를 많이도 닮았다.
아빠로 보이는 카오스 고양이는 주로 새끼들이 없을 때 몰래 나타났다간
몰래 사라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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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마리 노랑둥이의 아빠로 추정되는 삼색 카오스 고양이. 이 녀석이 아빠라면 어미냥인 노랑새댁처럼 역시 나이가 어린 신랑이다.

사실 노랑이네가 살아가는 영역은 차가 많이 다니는 주택가 삼거리여서
언제나 로드킬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언제까지 한곳에 이렇게 많은 고양이가 머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더욱 지금은 시련의 시기인 한겨울이다.
길에서 태어난 길고양이의 숙명은 죽을 때까지 ‘길’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 길이 설령 죽음에 이르는 ‘길’일지라도.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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