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버섯으로 글씨 써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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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버섯으로 글씨 써보았더니



가을로 접어든 숲과 정원, 풀밭에 먹물버섯이 한창이다.
1년 전 먹물버섯을 사진찍었던 나만의 장소를 찾아
가방을 내려놓고 나는 아예 두어 시간을 그곳에서만 보냈다.
새소리, 바람소리 가득한 곳에서 만난
먹물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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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버섯은 갓이 활짝 펴진 뒤 갓끝부터 액화현상이 일어나 먹물을 흘린다고 먹물버섯이란 이름이 붙었다.

말 그대로 그 이름은 버섯이 먹물을 흘린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액화현상으로 인한 먹물이다.
그렇다면 먹물버섯이 흘리는 먹물로는 정말 글씨가 써질까?
갑자기 나는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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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원뿔 모양으로 갓이 올라온 먹물버섯(위). 액화현상으로 갓이 녹은 먹물버섯이 시커먼 먹물을 흘리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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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버섯 전문가들은 먹물버섯이 흘리는 먹물은 붓에 찍어 글씨를 써도
갈아 만든 먹물과 흡사할 정도라고 말한다.
그것을 확인하려고 나는 종이를....#$&^-.-;; 안가져왔다.
아무리 뒤져도 없다.
결국 카메라 가방을 다 뒤져 라오스에서 받은 환전 영수증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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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버섯의 먹물을 받아 즉석에서 쑥대로 영수증에 쓴 '먹물버섯'이란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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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붓도 안가져왔다.
약쑥을 꺾어 붓을 삼고, 그것으로 먹물버섯이 흘리는 먹물을 받아
나는 노란색 환전 영수증 뒷면에 ‘먹물버섯’이라고 썼다.
붓도 없고 바닥도 고르지 못해 글씨가 엉망이지만,
정말 써진다. 잘 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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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에 먹물버섯으로 쓴 '사랑'이라는 글씨(위)와 먹물버섯이 나뭇잎에 쏟아낸 먹물(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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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것은 집에서 먹물을 갈아 쓸 때와 비슷하다.
다만 좀더 묽은 느낌이 난다.
왜 이 녀석이 먹물버섯인지를 이제야 알겠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는 오랜 옛날 이 먹물버섯의 먹물을 받아
잉크 대신 사용했다고 한다.
유럽에서 먹물버섯을 잉크버섯(inky mushroom)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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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이 펴지기 직전의 먹물버섯.

먹물버섯은 처음 올라올 때도 다소 민망하게 올라온다.
처음 갓 부분이 솟아나올 때
먹물버섯은 꼭 남성의 거시기처럼 원뿔 모양(약 10센티미터)으로 올라온다.
막 솟아나왔을 때의 빛깔은 거친 섬유질이 연상되는 흰색을 띠며,
갓이 펴지면서 점차 회색이 섞인 연갈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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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을 흘리며 점점 줄어드는 먹물버섯의 갓(위). 민달팽이 한 마리가 먹물버섯이 흘린 먹물을 빨아먹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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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이 활짝 펴진 뒤에는
갓끝부터 검은색으로 액화현상(물처럼 녹아내리는 현상)이 일어나
먹물을 흘리게 된다.
결국 먹물을 다 흘린 뒤에는 갓이 없어지고 대만 남는다.
먹물버섯은 갓이 펴지기 전, 유생일 때만 식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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