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왕쇠똥구리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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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왕쇠똥구리 관찰기




쇠똥구리는 잘 알려진 자연의 청소부이다. 쇠똥구리는 소똥을 분해하고 땅속에 저장함으로써 미생물의 번식을 돕고 땅을 기름지게 한다. 쇠똥구리는 소똥구리, 말똥구리, 쇠똥벌레라고도 하며, 몸 빛깔이 검고, 길이는 약 2센티미터 남짓 정도, 머리에는 넓적한 머리방패를 달고 있다. 딱지에 뒤덮인 날개가 있어 쇠똥구리는 날 수도 있으며, 여름에 활동이 활발하며 겨울에는 잠을 잔다. 쇠똥구리는 과거 쇠똥구리류 가운데 가장 많은 종이 살고 있었지만,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환경부의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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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쇠똥구리가 입과 머리, 발을 이용해 소똥을 동그랗게 잘라내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60여 종이 넘는 쇠똥구리가 있었다고도 하는데, 최근에는 토양오염(농약과 비료의 과다 사용, 지나친 배합사료 사용과 항생제 사용, 개발로 인한 서식처 파괴 등) 등으로 18~19종만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멸종 위기 속에 겨우 생존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쇠똥구리로는 뿔쇠똥구리와 애기뿔쇠똥구리, 왕쇠똥구리 등이 있는데, 뿔쇠똥구리는 몸 길이가 2.5센티미터 안팎 정도이며, 수컷은 이마에 길고 뾰족한 뿔이 있고, 암컷은 뿔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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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동그만 모양이 소똥 경단이 완성됐다. 이런 모양을 만들어 떼어내기까지는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위). 뒷발로 경단을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린 소똥 경단을 다독다독 한번 더 갈무리하는 왕쇠똥구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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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소똥 밑에 굴을 파고 살면서 필요할 때마다 똥을 가져다 먹거나 경단을 만들어 굴에 옮겨놓고 그 속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두달에 걸쳐 이 똥경단을 먹고 자라며, 어미는 애벌레가 다 자랄 때까지 극진한 모성애로 새끼를 돌본다고 한다. 이 뿔쇠똥구리보다 훨씬 작아서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뿔을 가진 쇠똥구리는 애기뿔쇠똥구리라 불린다. 현재 운주리에 있는 쇠똥구리의 상당수가 바로 이 애기뿔쇠똥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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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경단을 굴려가다  잘 움직이지 않자 왕쇠똥구리가 경단에 올라가 앞쪽을 살펴보고 있다.

왕쇠똥구리는 몸 길이가 뿔쇠똥구리와 비슷한 2.5센티미터 안팎으로 지난 1996년 태안의 신두리 지역에서 2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최근에는 이 지역에서 오랜 동안 자취를 발견할 수 없어 신두리 인근에서 멸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이 왕쇠똥구리는 최근 서식환경이 척박한 장흥 운주리에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왕쇠똥구리는 개체수가 얼마 되지 않아 운주리에서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운명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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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 앞발로 땅을 딛고 뒷발로 소똥 경단을 밀어가는 왕쇠똥구리.
 
쇠똥구리는 보통 사질토 흙일 경우 30~40센티미터쯤 굴을 파고 들어가 경단을 묻고, 먹이용이나 산란용으로 쓴다. 애기뿔쇠똥구리의 경우 쇠똥 경단의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만하고, 왕쇠똥구리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커서 거의 탁구공만하다. 내가 관찰해본 결과 왕쇠똥구리가 경단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쇠똥구리는 말랑말랑한 소똥을 만나면 경단을 만들 부위를 찾아 입과 머리, 발을 이용해 동그란 모양의 경단을 만들며 파들어간다. 녀석이 소똥에서 동그란 경단을 떼어내기까지는 약 5분 안팎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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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을 파묻을 수 있는 부드러운 흙이 나올 때까지 왕쇠똥구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쇠똥구리가 경단을 떼어낸 부분은 마치 동그란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떠낸 것처럼 소똥에 매끄럽고 움푹한 구덩이가 생겨난다. 이렇게 떼어낸 경단은 뒷발로 밀어 굴리면서 옮기는데, 앞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머리방패를 지렛대처럼 이용해 경단을 들어올려 넘긴다. 그리고는 다시 평탄한 길이 나오면 녀석은 뒷발로 공을 굴리듯 경단을 밀어간다. 언제까지 녀석이 경단을 굴리고 가느냐는 경단을 묻을만한 부드러운 흙이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 사질토나 부드러운 흙이 있는 환경을 발견할 경우 녀석은 경단을 내려놓고 둥그런 모양으로 땅굴을 파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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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경단을 파묻을 장소를 찾았다. 부드러운 흙에 굴을 판 뒤, 왕쇠똥구리는 조심스럽게 경단을 굴 속으로 잡아당긴다. 쇠똥구리는 이 경단을 먹이로 사용하기도 하며, 여기에 산란을 하기도 한다.

땅굴을 파다가 아니다 싶으면 또다시 경단을 굴려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사실 운주리 인근 목장 근처의 땅은 대부분 사질토 흙이 아니어서 쇠똥구리가 서식하기에는 매우 척박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녀석들은 최대한 부드러운 땅을 찾아 굴을 파고 경단을 묻고, 산란을 하고 지금까지 운주리 인근을 서식처로 삼고 있다. 쇠똥구리란 녀석은 보통 경단을 만들고 옮기는 일을 암컷이 담당하며, 수컷은 그냥 얄밉게도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굴을 파는 능력은 수컷이 훨씬 뛰어나 사질토가 아닌 땅에서도 수컷은 제법 깊이 굴을 파고 들어간다. 이 때 귀만 기울이면 사각사각 쇠똥구리가 굴을 파는 소리를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녀석들이 겨울잠을 잘 때에는 평소보다 깊은 50센티미터까지 굴을 파고 들어가 겨울을 난다고 한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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