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에 누가 이런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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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버섯에 이런 몹쓸 짓


얼마 전 <긴대말불버섯 담배 피우다>란 제목의 기사를 올린 적이 있다.
여기에 올린 긴대말불버섯은 집에서도 가까운
주택가 야산공원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당시 나는 산책로를 벗어난 구릉쪽에서 긴대말불버섯의 군락지를 만났는데,
거의 이곳은 긴대말불버섯밭이나 다름없이
지천으로 긴대말불버섯이 솟아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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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일부러 꼬챙이 같은 것으로 버섯의 갓을 콕콕 찔러놓았다. 버섯의 속이 그렇게도 궁금했던가. 군락지에 이런 것이 무려 예닐곱 개나 된다.

주택가 야산공원에 이런 비밀스러운 버섯 군락지가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것은 대단한 군락지였다.
그런데 며칠 전 다시 긴대말불버섯을 찍었던 군락지를 찾았다가
나는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때의 멀쩡하던 버섯 군락지는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애당초 그것이 염려돼 장소를 밝히지 않은 것인데,
버섯밭이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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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버섯을 뽑아서 따로 모아놓기도 했다. 이거 가져가도 쓸데도 없을 텐데... 도토리를 채취하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인다.

가만 보니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누군가 버섯을 뽑아다 한곳에 모아놓은 흔적이 역력했다.
군데군데 네댓 군데에 이렇게 버섯을 뽑아다 모아놓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떤 버섯은 아예 발로 꾹꾹 밟아서 뭉개뜨려 놓았다.
또 어떤 것은 꼬챙이 같은 것으로 갓 주변을 장난스럽게 푹푹 찔러 훼손시켜버렸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짐작 가는 바가 있다.
바로 도토리를 채취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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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이렇게 따로 뽑아버린 버섯을 모아두었다. 이곳은 사실 도토리가 많은 곳이어서 공연히 버섯이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 동네 야산공원에는 요즘 매일같이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이들 중 누군가가 이곳까지 와서 도토리를 줍다가
공연히 버섯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다.
이렇게 망가뜨린 긴대말불버섯은 독버섯도 아니고,
사실 버섯도감에도 아직 등재되지 않은 귀한 버섯이다.
그런 귀한 버섯 군락지를 완전히 망쳐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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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성장할 수 없도록 아예 발로 꾹 밟아버린 것도 있다. 이렇게 밟힌 버섯도 10여 개가 넘는다. 도토리 주워가는 것보다 더 얄밉다.

지난 해부터 버섯 사진을 찍어온 나로서는 히든 플레이스로 간직했던
버섯 군락지 한곳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한두 개 뽑아보고 관찰하는 것은 나무랄 이유가 없다.
버섯 전문가들이나 사진가들도 군락지에서 한두 개씩은
관찰을 위해, 또는 촬영을 위해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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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되기 며칠 전의 버섯 군락지. 지금은 이 군락지 전체가 뽑히거나 밟히고, 못쓰게 되었다. 그래서 당신은 속이 후련한가?

그러나 이렇게 군락지 전체를 일부러 망가뜨리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도토리를 채취해가는 것도 사실은 다람쥐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지만,
버섯 군락지까지 이렇게 몹쓸 짓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겐 이런 버섯이 하찮은 것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소중한 기록대상이며, 관찰대상이다.
그저 씁쓸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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