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을 지키는 늙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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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지키는 늙은 고양이

 

 

사나흘 전이었습니다.
고개를 하나 넘어가야 하는 이웃마을을 지나다
참 쓸쓸한 풍경을 만났습니다.
눈이 내려 고요한데,
쓰러져가는 시골 흙집 봉당에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고등어무늬를 한 늙은 고양이는
오랜 동안 염분이 많은 음식 쓰레기를 뒤져먹고 살았는지
온몸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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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러져가는 흙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늙은 고양이 한 마리.

흔히 잘 모르는 사람들이 고양이가 잘 먹어서 뒤룩뒤룩 살이 쪘다고 말하는,
신장질환에 걸린 고양이였습니다.
녀석은 빈집에서 볕이 잘 드는 봉당을 골라
하염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그 모습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안쓰러웠고, 적막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참 쓸쓸한 풍경이었지만,
흙집과 고양이는 제법 잘 어울리는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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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 봉당에 앉아 있던 고양이는 먹이를 주기 위해 다가서자 놀란 눈빛으로 경계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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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를 하다 보면 더러 빈집을 영역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떠난 빈집에 고양이라도 살아서 다행입니다.
때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벽체가 무너지긴 했어도 세칸 흙집을 저렇게 혼자 분양받아 쓰고 있으니...
빈집을 지키며 사는 늙은 고양이는
빈집처럼 허전해 보이고,
빈집처럼 외로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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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흙집, 다 쓰러져가는 빈집과 고양이는 쓸쓸하긴 해도 제법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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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게 없어서 맵고 짠 음식만 주워먹다 보니
몸은 저렇게 퉁퉁 부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나는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사료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사료를 주기 위해 빈집 가까이 다가서자
동그랗게 놀란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봅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 봉당으로 올라서자 아예 부엌을 통해 뒤란으로 도망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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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다 먹은 뒤, 입맛을 다시며 만족해하는 빈집 지킴이 고양이.

내가 멀찌감치 집을 벗어난 뒤에야
녀석은 코를 킁킁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봉당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한참을 정신없이 사료를 먹습니다.
다 먹고 난 뒤에는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까지 다십니다.
아마도 녀석은 폭설로 인해 한동안 먹이를 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녀석에게 한 줌의 사료는 구황식량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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