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라마을의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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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마을의 '달라이 라마'



훙라설산 지나 망캄 가는 길에 만나는 빠라마을은
높고 외로운 산중마을이다.
설산이 보이는 칭커밭에서 아낙들은 김을 매고
남자들은 묵정밭 쟁기질을 한다.

아낙들도 아이들도 차가 지날 때마다 반갑게 손을 흔든다.
차창을 열고 손을 흔들어 주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한참을 따라오면서까지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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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꾀죄죄하고 꼬질꼬질했다.
그러나 그 꼬질꼬질함은 더없이 착하고 자연스러워보였다.
그것은 전혀 더럽거나 불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나는 순수하고 촌스러웠던 나의 어린시절을 보았다.
갑자기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타임슬립한 것처럼 묘한 기분이 들었다.
티베트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자꾸만 더 오래된 과거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하고 추억해온 과거가 이곳에서는 현재이며,
이곳에서의 현재는 나의 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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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티베트인들은 대부분 척박함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내 눈에 비친 그들은 너무나 평화롭고,
너무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너무나 환한 것이 도리어 슬퍼보였다.
내게는 사원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가 누더기 옷을 걸친 부처로 보였고,
빠라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이 때가 꼬질꼬질한 보살로 비쳤다.
그들의 종교는 사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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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마을 길 위에서 만난 한 아이는
쟁기질하는 밭에서 방금 나왔는지
발목까지 황토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녀석에게 줄것이 없어 가지고 있던 과자를 몇 개 건네주자
녀석은 자비롭게 웃으며 합장했다.
마치 그 모습은 어린 '달라이 라마'가 순례자를 대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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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메라에 비친 어린 달라이 라마는
어쩐지 슬프고 외로워보였다.
아프고 고통에 찬 티베트의 현실을 알기에는 녀석이 너무 어렸지만,
녀석의 눈에는 왠지 모를 티베트의 슬픔이 그렁그렁했고,
더러 체념같은 모호한 구름이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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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라마을을 떠나며 어린 달라이 라마와 악수했다.
만질 수 없는 티베트의 상처는 손끝으로는 느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이는 손을 흔들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흔드는 아이는 분명 웃고 있었는데,
내 눈에는 자꾸만 우는 아이가 보였다.

* 서두르지 않아도 인생은 충분히 짧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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