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물맑은 재첩 이야기

|

섬진강 물맑은 재첩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원한 섬진강 봄맛이 나는 하동 재첩국.

옛날 부산에서 “재칫국 사이소.” 하며 새벽 골목길을 누비던 재첩국 장수의 살가운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재첩국의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낙동강의 오염이 부산에서 재첩을 떠나보냈고, 재첩국 장수의 살가운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제 이 땅에서 재첩이 나는 곳은 탐진강을 낀 강진과 송지호를 낀 강원도 고성, 섬진강을 낀 하동과 광양이 고작인데, 그것마저 중국산 재첩이 자리를 내놓으라 위협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일반인들로서는 어떤 것이 중국산인지 구별할 수조차 없다. 보통 섬진강 재첩이 껍질이 매끈하고 윤기가 나며, 황갈색을 띠는 것에 견주어 중국산은 껍질이 거칠고 윤기가 적으며, 색깔도 초록색을 띤 황갈색이라고 한다. 육질도 섬진강 재첩은 연하고 담백한데 비해 중국산은 질기고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한다. 예부터 재첩은 간장병과 황달에 좋고, 병을 앓고 난 뒤 약해진 사람의 기운을 돋우는데 좋다고 하였다. 이러한 효능은 오늘날의 과학적인 영양분석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재첩전.

재첩에는 비타민 비(B)와 베타인과 같은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같은 아미노산이 해독작용을 함으로써 간장의 기능을 높이고, 황달을 낫게 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밖에도 재첩에는 여러 미네랄과 소화를 돕는 갖가지 효소도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섬진강 재첩으로는 주로 말갛게 국을 끓여 먹는데, 그 맛이 시원하고 담백해 속을 푸는데 제격이다. 국 말고도 회무침으로도 많이 먹고 있으며, 국수와 수제비에 넣어 먹기도 한다.

하동과 광양에 걸쳐 있는 섬진강 하구는 재첩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인데, 섬진강에서도 재첩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은 바로 하동읍 목도리다. 물깊이가 적당한데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 바로 이 곳이기 때문이다. 재첩은 너무 크게 자라지 않는 것이 좋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물깊이가 적당해야 한다. ‘목도’라는 땅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래 목도리는 섬이었다. 그런 것이 섬진강물이 실어나른 흙이 쌓이고 쌓여 뭍으로 변한 것이다. 보통 목도리에서는 꽃길이 활짝 열린 3월 하순~4월 초순부터 재첩잡이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무 때나 재첩을 잡는 것이 아니며, 썰물 때를 기다려야 한다. 재첩을 잡을 때는 강물 위에 함지를 띄워놓고, 커다란 홀치기(쇠갈퀴, 그랭이라고도 함)로 강바닥 모래펄을 훑어 올려 잡는다. 물론 배가 있는 집에서는 물때와 관계 없이 깊은 곳에서 재첩을 잡아 올린다. 이렇게 잡은 재첩은 바구니나 얼개미에 담아 체로 거르듯 돌을 걸러내고 재첩만 따로 함지에 담는다. 봄에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가 한번쯤은 보았을 풍경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섬진강 재첩잡이 풍경.

“마을에서 한 40가구 정도가 재첩잡이 일을 해요. 큰배로 잡는 기 3가구, 작은 배는 10여 척 정도요. 이걸 잡으면 인제 부산이고 어디고 상인들이 들어와 수협을 통해 입찰합니다. 식당에서는 아주 삶아서 택배로 지방이나 서울에 보내기도 하고. 옛날에는 섬진강에 모래를 안 파재끼니까 재첩이 많았는데, 모래 채취를 하고 부터는 산란이 안돼서 재첩이 벨로 없어요. 바다로 떠니리가가꼬 다 죽어 삐맀나봐. 날이 가물며는 이기 또 생산이 잘 안돼요. 오염이 돼서 그런것도 있고, 어패류란 것이 갱물의 온도가 안맞아 삐리면 또 안되는 기거든.” 목도리 하저구에서 어선을 손질하던 김봉원 씨의 말이다.

김씨에 따르면 봄과 달리 여름이 되면 낮에는 재첩잡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날이 덥고 빛을 보면 재첩이 쩍 벌어져 버려 상품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여름이면 새벽 4시쯤 나가 오전 9시면 작업을 끝내고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또 되나케나 잡는게 아이고, 아무나 가서 몬잡아. 허가를 군청 수산과에서 받은 사람만 잡을 수 있어요.” 과거 섬진강 하구를 낀 마을의 아낙들에게는 재첩잡이가 꽤나 짭짤한 가욋돈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벌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중국산 재첩과 양식 재첩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섬진강 재첩은 그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재첩산지인 하동 읍내의 식당이나 재첩 가공점 등에서조차 싸구려 중국산이나 양식 재첩을 쓰는 곳이 요즘 상당수에 이른다는 게 현지인의 귀띔이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