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이런 꿈꾸면 산삼 캔다"

|

심마니 4명이 전하는, "나는 이런 꿈꾸고 산삼 캤다"

심메마니가 산에 오른 첫날은 보통 산신령으로부터 몽을 받기 위해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데, 때로 산신제를 지낸 뒤 곧바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이들 심메마니에게 심몽(산삼에 대한 꿈)은 거의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산삼이란 것이 인간의 능력으로 캐는 것이 아니라 산신령이 내주어야 받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산삼은 결코 인간 의지의 결과가 아니라 지극한 정성에 감동한 자연이 보답으로 내려주는 선물에 다름아니다. 이 선물을 주고 안 주고는 오로지 산신령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심메마니가 이처럼 현몽을 받아 삼을 얻는다는 것은 일찍이 알려진 사실인데, 양구에 사는 소장마니(젊은 심마니) 홍종덕 씨에게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 그는 언제나 수수께끼 방식으로 몽을 받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눈이 하얗게 뒤덮인 꿈은 설악산, 사방에 절이 보이는 꿈은 오대산, 방안에서 사람을 패대기치는 꿈은, 방안에서 태질을 했으니 ‘방태산’에서 삼을 보게 될 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방안에서 태질하는 꿈을 꾸고 나서 그는 영락없이 방태산에서 삼을 보았다. “방태산에 갈 때는 꼭 소 꿈을 꿔야 삼을 얻어요. 한번은 2년 전인가, 방태산에 들어가 모둠을 치고 몽을 받으려 잠을 청했는데,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바로 집 아래에서 ‘얘야 그만 가자’ 그러면서 큰 소를 두 마리나 끌고 가더니 나한테 소 고삐를 던져주는 거예요. 그래서 꿈속의 ‘집’은 제당이니, 제당 밑을 샅샅이 뒤졌죠.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날씨라 찾지 못하고, 이듬해 그 자리를 다시 와 보니, 오구(줄기 다섯 갈래) 두 대가 뻗쳐올라와 있더라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메마니 홍종덕, 정병극 씨(왼쪽부터)

심지어 그는 꿈을 통해 삼의 년조와 생긴 모습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꿈에서 여자를 보면 사구요, 남자를 보면 삼구나 오구, 여자아이를 보면 각구(줄기 두 갈래)를 얻을 꿈이라는 것이다. 또 같은 여자 꿈(여자와 성관계를 갖는 꿈, 이는 심메마니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이다)이라도 20대 젊은 여자와 자면 년조가 얼마 안된 삼이, 60대 늙은 여자와 자면 년조가 오래된 삼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여자의 모습에 따라서도 삼의 모양새가 결정되는데, 예쁘고 날씬한 여자와 자는 꿈은 예쁘고 날씬한 삼을 받을 꿈이고, 뚱뚱한 여자를 보면 틀림없이 통통하고 살진 삼을 보게 될 꿈이란다. 어인마니(경험 많은 심마니)인 정병극 씨(강원도 양구)도 홍씨와 비슷해서 꿈에 여자를 보면 골짜기를 뒤지고, 남자를 보면 등성이를 뒤진다고 한다. 이밖에도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여자를 보면, 개울가를, 낫을 오른쪽으로 휘돌리는 꿈을 꾸면 산 오른쪽을 뒤진단다. 삼이란 것이 본디 신령한 것이어서 몽을 받아야만 캘 수 있다는 것이 두 마니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홍씨의 경우 꿈대로 되는 경우가 8할이 넘는다고 하며, 나머지 2할도 몽은 받았으되, 해석을 못해 못캐는 것이란다.

정병극 씨도 심몽을 수수께끼로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게 수수께끼나 똑같아요. 무슨 산, 무슨 골까지 다 꿈에 나와요. 그러니 웬만한 산에 골 이름도 다 알아야 해.” 그는 대개 몽을 받을 때 짐승을 보거나 식물의 열매를 보는 꿈을 많이 꾸었다고 한다. 짐승 가운데는 돼지를 가장 많이 보았으며, 열매로는 옥수수, 호박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 옥수수를 예로 들자면, 열매가 줄기의 중간에 자라므로 이는 산 중턱에서 삼을 볼 꿈이란다. 홍천군 내면에서 만난 김영재 씨(심마니 생활 60여 년)는 사람을 죽이는 꿈과 소 꿈을 꾸고 삼을 볼 때가 많았단다. “꿈에서 바위 밑에 있는 놈을 이렇게 큰돌을 들어 떨구니까 아주 피가 시뻘겋더라구. 그런 꿈을 꾸고 삼을 캤구, 그리구 송장을 묶어 보든지, 소를 끌고다녀도 보겠드라구. 발구를 끌고 소를 몰아가는 꿈을 많이 꿨어. 한번은 소가 산에 가서 새끼를 낳는데, 송아지 다리가 하나 끊어졌드라구. 그래 소를 데리구 와야 하는데, 이 눔을 이래 짊어지구 내려오는 꿈을 꿨어. 그래 다음 날 송터지골이란 데를 갔더니, 거선 못캐구, 그 너메 느타리가 나서 그걸 따갔구 오는데, 무거워서 에이, 느타리를 거다 다 버리고 다래끼만 가지구 살살 올러가다 이래 보니까, 잎이 누런 게 심이드라구. 사군데 상당히 굵어. 그 때 그걸 캐서 여느 땅 6천평 살 돈을 받았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메마니 양승철, 김영재 씨(왼쪽부터).

한편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에 사는 양승철 씨는 첫삼을 캐기 전날 이런 꿈을 꾸었다고 한다. “노인들이 앉아서 장기를 두드라구. 그러면서 저 어느 골에 더덕이 큰 기 났대. 그래 다음날 능선 꼭대기에서 골을 타고 나오는데, 갑자기 안개가 끼고 캄캄해지니까, 사람덜이 그만 가자고 그래. 쪼끔만 가면 구광자린(삼 캔 자리)데, 그래 십리만 더 나가자구 자꾸 갔죠 뭐. 인제 구광자릴 와서 위쪽을 세 바쿠째 도는데 안개 꽉 끼기 시작하더니 눈앞이 침침해. 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에 우산대같이 삼대가 콱 슨 기 보이잖어. 그래 ‘심이다’ 소리를 치니까 같이 온 사람들이 그러는데, 머리끝이 쭈뼛 스더래여.” 과거 심마니협회장 박만구 씨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심메마니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은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꿈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는 짐승을 보는 경우인데, 짐승 가운데는 소와 돼지를 가장 많이 보았다고 한다. 세 번째로는 산신령이 나오는 꿈이다. 보통 이 경우 산신령은 대개 무슨 산, 어디쯤을 다 가르쳐 줄 때가 많단다. 네 번째로는 과일이나 곡식, 를 보거나 캐는 꿈이다.

꿈이라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소망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간절히 소망하다 보면 그것이 꿈에 나오는 것이고, 꿈에 나온 장소를 더 유심히 뒤지다보면 삼을 볼 확률도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몽을 받아 삼을 캤다는 말은 다분히 인간 의지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논리적으로 보려고 해도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어쩌면 그것은 전적으로 산신령의 몫일지도 모른다. 물론 몽을 받지 않고도 삼을 캐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춘천시 신북면에서 만난 안표헌 씨나 김명복 씨의 경우는 몽을 받지 않고 캘 때가 더 많았다고 한다.

* 글: 이용한(dall-lee) 사진: 심병우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