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3개월만의 외출
지난 늦봄에 출산을 한 것으로 보이는 순둥이는
그동안 한번도 내 앞에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나온 적이 없다.
순둥이보다 앞서 출산을 했던 여울이가
한달 만에 아기고양이를 공개한 것에 비해
순둥이는 철저하게 아기고양이를 ‘비밀의 방’에 숨겨왔었다.
남 몰래 밤중에 데리고 나와 먹이활동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벌건 대낮에 본 적은 없다.
그런 순둥이가 드디어 열흘 전쯤 처음으로 새끼를 데리고 나왔다.
한 마리였고, 노랑이였다.
순둥이가 출산을 한지 거의 3개월도 더 지나 첫 대면을 한 것이다.
그것은 내 눈에 띈 녀석의 첫 외출이기도 했다.
애당초 순둥이가 몇 마리의 아기고양이를 낳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여울이처럼 여섯 마리쯤 낳아 한 마리만 살아남았는지,
한 마리만 낳아서 기르고 있는 건지.
다만 확실한 것은 한 마리의 노랑둥이 아기고양이가 요즘
순둥이와 함께 모습을 나타냈고,
두려움 없이 내 앞에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네 번 쯤 만난 이 아기고양이는 순둥이와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순둥이가 경계심과 수줍음과 겁이 많은 아이라면
이 아기는 호기심이 많고 경계심은 그리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난 지 두 번만에 녀석은 나를 기억하는 듯했고,
세 번만에 내 앞에서 발라당을 했으며,
네 번째는 내 바로 앞에서 앙냥냥거리며 사료 재촉을 했다.
심지어 이 녀석은 벌써부터 삐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한번은 내가 사진을 몇 컷 찍느라 사료 주는 것을 꾸물거리자
녀석은 “우이씨, 나 안 먹어...”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가 한참이나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나타나 아작아작 눈치를 보며 사료를 다 먹긴 했지만,
고 녀석 참 새침데기에다 애교만점 아기고양이다.
요즘 이 녀석 만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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