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자연과 차단된 유독가스실

|

아파트자연과 차단된 유독가스실


사람은 자연에 세 들어 산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며, 죽은 뒤에도 자연으로 돌아간다. 사람에게 자연은 오랜 동안 개발과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결코 자연을 해치는 법이 없었다. 큰 나무가 있거나 바위가 있거나 산이 있으면 그 곳을 비켜 집을 지었다. 그들에게 자연은 늘 신령한 존재였으므로 그것을 함부로 대하는 것 자체가 불경한 일이었다. 요즘처럼 산을 깎아내고, 바위를 깨뜨리고, 나무를 베어버리면서까지 집을 짓지 않았다. 집을 짓는 재료조차 오롯이 자연에서 빌려 왔다. 나무가 그렇고, 흙과 자갈이 그렇고, 이엉을 엮는 짚풀이 그러했다. 이것들은 자연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뿐더러 인체에는 더더욱 무해한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의 집들은 어떠한가. 시멘트와 철골, 화학독성물질로 이뤄진 각종 접착제와 마감재, 석유화학자재인 벽지와 장판, 페인트, 니스, 가공 무늬목 등 독성과 오염물질을 만들어내는 인공 화학물질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사는 도심의 무수한 빌딩과 아파트를 보라. 그 자체로 독성과 오염 덩어리다. 철거하고 나면 모두 이 땅을 더럽히고, 냄새를 풍기고, 100년이 가도 썩지 않을 골치 아픈 쓰레기로 변하는 것들뿐이다. 반면 옛집은 수명이 다한들 나무와 흙과 짚풀이 전부이니 그대로 썩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요즘 사람들은 새로 지은 집일수록 더 ‘좋은 집’으로 여기고 산다. 그것을 얻기 위해 꼬박꼬박 주택부금을 부으며, 다달이 허리를 졸라매고 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집증후군과 유독가스실

사실 건축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사는 집은 날로 첨단화되고 편리한 기능을 갖추게 되었지만, 그만큼 우리는 더 많은 화학독성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새로 지은 도심의 건물은 그 자체가 ‘유독 가스실’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건축전문가들은 이들 건물이 내뿜는 벤젠과 톨루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발암성 유기화합물이 천식과 비염, 기관지염, 만성피로, 아토피 피부염, 두드러기를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와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독성물질은 남성까지 공격해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여성을 공격해 태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첨단문명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현대병으로서는 너무나 가혹한 것이다. 더욱이 이런 화학독성물질은 몸 속에서 배출되지도 않고 계속해서 쌓이고 쌓여, 2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주 환기를 하거나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까? 결론적으로 이는 일시적이고도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사실 겨우내 창문을 열어놓고 살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하려면 난방에 따른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감수해야 하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새집의 독성물질을 제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내는 독성물질이 내뿜는 가스와 미세 먼지, 전자파로 가득하고, 거리에는 매연과 대기오염으로 숨을 쉴 수조차 없는 혼탁한 공기로 뒤덮인 시대! 그 속에서 자연을 망친,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인간은 소리 없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요즘 집의 대명사인 아파트라는 것이 그렇다. 평수만 다를 뿐 그 모양이나 짜임새는 대개 거기서 거기다. 네모난 틀 속에 방과 거실과 주방과 화장실을 한꺼번에 다 집어넣는다. 저마다 다르다고 떠들어대는 아파트가 사실은 그 틀 속에서 같은 공간을 이리저리 비틀어놓았을 뿐이다. 2층, 3층 올린 단독주택이라고 하는 것도 아파트와 같은 생활공간을 층층이 올려놓은 것이다. 이런 집들은 대부분 풍경과 자연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2, 3층도 모자라 20, 30층 집 위에 또 집. 말 그대로 옥상옥의 마천루다. 그러니 그 안에 사는 사람이 땅을 밟고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기껏 누릴 수 있는 자연이라는 것이 화분에 옮겨 심은 불쌍한 화초가 전부이다. 자연을 누리기 위해 정원을 갖춘 집은 사실상 도심에서 흔치가 않다. 도심에서 자연을 누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제력을 필요로 한다. 콘크리트와 매연숲 사이에 간신히 존재하는 도심의 정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안쓰러운 공간인가. 그것은 자연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가혹한 자연의 학대인지도 모른다.

100년 가도 썩지 않을 골치 아픈 쓰레기

그 동안 자연을 만신창이로 만든 주범은 바로 사람의 이기심이다. 당장의 안락함과 편리함은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는 새집을 짓고, 그 안에 가구와 전자제품을 채우고, 물건을 사서 쓰다가 버리는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이다. 우리가 사서 먹고 쓰는 물건들이 조만간 이 땅을 괴롭히고, 사람을 망가뜨리는 골치 아픈 쓰레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대중강연에 나온 법정스님은 그런 무심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기심이 이 땅의 자연과 환경을 괴롭히는 가장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만큼 자원은 고갈되고, 생태계는 파괴됩니다. 이런 환경파괴가 결국에는 그곳의 토착문화마저 파괴하고 맙니다. 지금 웬만한 도시에는 대형 할인매장이 없는 데가 없습니다. 소비사회에서는 늘 사람들이 새것을 소비하려 해요. 그렇게 새것만 소비하다 보니 지구상의 한정된 자원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지구라는 우주 비행선을 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수십억 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어요. 그런데 승객들이 함부로 낭비하고, 더럽히고, 괴롭히기 때문에 언제 이 비행선이 폭발할지 모릅니다. 지구라는 비행선에 과부하가 걸린 겁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지금 이 세계는 가속도가 붙은 채 내리막길을 걷잡을 수 없이 내달리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와도 같아요. 지금 우리는 심각한 환경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식 생활방식인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악순환 때문에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어요.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지구환경위기시계가 현재 저녁 9시 15분이라고 합니다. 12시면 지구가 멸망하는데, 이제 2시간 45분밖에 안남았다는 얘기입니다.”

분명 옛날보다 더 좋은 집에서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린다고 해서 우리가 옛날보다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다. 1969년 인류는 발전된 문명의 힘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려 월세계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그것이 어쩌면 지구를 위협하는 첫발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래 전 자동차와 비행기가 개발되었고, 핵폭탄이 만들어졌으며, DNA의 실체가 밝혀지고, 컴퓨터가 등장했지만, 우리의 생활은 더욱 복잡해지고, 난삽해졌다. 기계가 사람의 수작업을 대신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더 바쁘게 다른 일에 매달리고 있다. 고속철과 비행기와 컴퓨터가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 주고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는 인류는 점점 더 자연에서 멀어지고, 온전한 지구의 시간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산을 깎고, 갯벌을 메우고, 초원을 갈아엎은 터에 집을 짓고, 콘크리트로 바닥을 싸발라 땅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드는 반환경적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옛집기행 상세보기
이용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저자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총 8년 동안 울릉도의 투막집, 전라남도의 외딴 섬 도초도의 초가집, 강원도 오대산의 너와집, 제주도의 띠집 등 전국의 방방곡곡을 직접 발로 뛰어 담아낸 서민옛집 기행서이다....
자연을 꿈꾸는 뒷간 상세보기
이동범 지음 | 들녘 펴냄
삶에 도움을 주는가를 들려주는 책. 우리나라 전통 화장실(뒷간)의 의미를 살피고 수세식 화장실과의 비교, 똥과 오줌의 생태적 이해를 비롯해 생태적 뒷간 만드는 방법 등을 원색,흑백 사진과 함께 다루었다.

2008/12/23 - [길고양이 보고서] - 배고파서 휴지 먹는 길고양이
2008/12/26 - [몽골_몽골] - 온순한 몽골견과 사나운 늑대개
2008/12/16 - [세계여행: Jump in] - 신비와 경이, 하늘에서 본 아시아
2008/12/10 - [티베트_차마고도] - 잊지 못할 티베트의 전원 풍경
2008/11/24 - [몽골_몽골] - 나만의 쉼표 여행, 몽골
2008/12/19 - [길고양이 보고서] - 내 앞에서 버젓이 젖먹이는 길고양이
2008/12/08 - [길고양이 보고서] - 아기고양이 둥지를 엿보다
2008/12/12 - [라오스 루앙프라방] - 라오스 종이조각 그림의 비밀
2008/11/12 - [미디어_리뷰] - 바람의 여행자
2007/12/21 - [티베트_차마고도] - 하늘에서 본 티베트 설산과 빙하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