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엄마 찾는 아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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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엄마 찾는 아기고양이




아앙 냐앙~.
어디선가 희미하게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 어미를 찾는 소리가 아니다.
다급하고도 애절한 울음소리.
하지만 힘에 부쳐 점점 잦아드는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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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를대로 불러서 절룩거리며 뒤란을 걸어가는 여리의 뒷모습.

지난 여름이 시작될 무렵 가만이가 새끼를 낳았던 나무더미 인근에서 나는 소리다.
가만이가 또 새끼를 낳았을 리는 없고,
분명히 아기고양이 울음소리는 맞고,
도대체 누가 이렇게 애타게 울고 있는 것인지.
잰걸음으로 나무더미에 당도해 여기저기 살피는데,
나무더미 아래 눈도 안뜬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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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 숨을 색색거리며 잠시 다리쉼을 하고 있는 여리.

누구의 새끼일까.
잠시 후 논두렁 저만치에서 달려오는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여리였다.
그래 여리였던 것이다.
이틀 전이다.
가만이네 식구들에게 사료배달을 갔다가 나는
배가 부를대로 불러서 잘 걷지도 못하고, 절룩거리며 내게로 걸어오는 여리를 만났다.
내가 보기에도 녀석은 당장이라도 새끼를 낳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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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1일, 눈도 뜨지 않은 아기고양이. 나무더미를 기어오르다 기어이 둥지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여리여리하게 연약하게 생긴 여리가 벌써 어미고양이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난 해 가을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녀석은 3개월쯤 된 아기고양이였다.
그러고보니 녀석도 태어난 지 어언 1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1년이 된 고양이라 해도 내 눈에는 그저 새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새끼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여기서 100여 미터 쯤 떨어진 곳에 새끼를 낳은 여울이도 유난히 앳돼 보이는 탓에 안돼 보였는데,
여리는 그보다도 더 앳돼 보여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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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밖으로 떨어져 애타게 엄마를 찾고 있는 아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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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논두렁을 달려온 여리는 아기고양이가 우는 곳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보아하니 아기고양이는 둥지에서 떨어져 바닥에서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둥지가 나무더미이다보니 꿈틀거리며 기어오르던 아기고양이가 나무 틈새로 빠진 것이다.
당황한 여리는 곧바로 아기고양이를 입에 물고
안전한 둥지로 옮겼다.
하지만 한번 놀란 아기고양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참이나 이냐앙거렸다.
저 안에 또다른 새끼들이 있는지, 있다면 몇 마리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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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밖으로 떨어진 아기고양이를 입에 물고 둥지로 올라가는 어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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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리가 새끼를 낳은 이 나무더미는
본래 가만이가 새끼를 낳고 기르던 둥지가 아닌가.
가만이는 그것을 동생인 여리에게 고스란히 물려준 것이다.
고양이 세계에도 자매의 정은 저렇게나 깊다.
고양이 세계에도 양보라는 게 있었던 거다.
어쩐지 사나흘 전부터 가만이와 새끼들이 나무더미가 아니라 집 왼편의 장독대에 머물고 있더라니.
때마침 오늘은 유동식 캔(아보덤)을 가져온 터라 나는 여리의 둥지에 그것을 밀어넣었다.
둥지 밖으로 떨어진 새끼를 옮기느라 숨이 턱까지 찬 여리는
한동안 숨만 색색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유동식을 한 입 맛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파묻고 앉은자리에서 그 커다란 캔을 다 먹어치웠다.
바라보는 내 배가 다 불렀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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