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늘이 멋진 날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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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늘이 멋진 날의 고양이

 

 

지난 여름 다섯 마리의 새끼와 생이별을 했던

삼월이는 한동안 우울증에 걸려 침울한 날들을 보냈더랬다.

녀석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들어서야

기분이 좀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여름 동안은 내가 캔이나 소시지를 들고 가도

나에게 다가와 그저 시큰둥하게 앉아 있더니

가을이 되면서 녀석은 다시 발라당을 하고 내 가랑이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애교를 떤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명랑한 모습이다.

 

 

 

 

며칠 전 새털구름이 잔잔하게 깔린 하늘이 멋진 날이었다.

삼월이와 오랜만에 개울 건너 논두렁으로, 산길로, 둑방으로

산책을 갔다.

녀석은 내 뒤를 졸졸졸 따라오더니

개울벽 시멘트 담장 위로 뛰어올라가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새털구름이 솜털처럼 깔린 하늘과

언뜻언뜻 드러난 푸른 하늘빛을 배경으로 담장을 걸어가는 고양이!

그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건 마치 하늘 위를 사뿐사뿐 걷는 고양이와 같았다.

그건 마치 삼색고양이 무늬를 한 구름이 한 마리 걸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개울벽 아래 쪼그려 앉아

녀석의 그 멋진 모습을 보았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잠시 다릿목에 앉아 다리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녀석이 주차한 자동차 위로 올라가

푸른 하늘에 잠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서둘러 자동차 아래로 가 녀석을 서너 컷 찍었지만,

녀석은 내가 자동차에 올라갔다고 혼을 내는 줄 알고 곧바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아이 고 자식, 그림 참 이뻤는데...

바닥으로 내려온 녀석은 사뿐사뿐 가을꽃 속을 걸어

다릿목으로 내려갔다.

어느 하늘이 멋진 날의 고양이.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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