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냥 아기냥

|

어미냥 아기냥



외출이네 삼색이와 턱시도가 찬바람 속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어미인 외출이(외출 고양이에서 길고양이가 된)는 어디를 간 것인지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두 마리의 새끼는 목이 빠져라 어미를 기다리고,
화분 뒤에 숨어 졸다가 또 고개를 쭉 내밀어보고...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끝에 고깃집 골목에서 사뿐사뿐 어미 고양이가 나타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은 넓고 나쁜 사람은 많단다. 어떤 인간은 우리를 죽이려고 쥐약을 놓거나 덫을 놓는단다."

어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삼색이와 턱시도는 화분 뒤에서 걸어나와 냥냥거리기 시작한다.
삼색이는 “엄마 왜 이제 와!” 하는 표정으로
어미에게 다가가서는 혀를 내밀어 얼굴을 먼저 핥는다.
그러자 어미냥도 새끼의 얼굴을 혀로 핥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붙어 있다 고작 몇 시간 정도 헤어졌을 뿐인데,
둘은 거의 이산가족이라도 상봉한 양 핥고 쓰다듬고 껴안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엄마에요. 엄마는 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라고 말하죠. 그러면서도 자기는 어떤 사람의 무릎까지 올라가곤 하죠."

뒤에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턱시도는
삼색이에게만 그러는 것에 삐졌는지,
홱 토라져서는 뒤도 안돌아보고 텃밭으로 걸어가 풀쩍 나무담장으로 올라간다.
그제서야 어미냥 외출이는 턱시도를 달래려 나무담장에 오른다.
이제 담장 위에 두 마리의 턱시도가 나란히 앉았다.
어미냥 외출이의 외모를 속 빼닮은 아기냥은 금세 마음이 풀려
어미의 꼬리를 잡고 놀자 하고,
어미는 그런 아기냥의 턱과 볼을 부드럽게 핥아주기 시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유, 귀여운 내 새끼! 혹여 영역을 옮기더라도 이 길과 우리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들을 기억하거라! 우리에게 해코지하던 사람들 또한 잊지마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판 하나의 아슬아슬한 목책 위에서
둘다 기막히게 균형을 잡고 오래오래 서로의 몸을 핥아준다.
어미냥은 아기냥을 내려다보고
아기냥은 어미냥을 올려다본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나는 한참을 구경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엄마 꼬리가 젤 좋더라. 사람들은 참 별꼴이야! 왜 우리를 못살게 구는 거죠?"

사람이건 동물이건 모든 모성은 거룩한 것이고,
고양이의 모성도 마찬가지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중성화수술을 받은 암컷들조차 새끼를 낳을 수 없음에도
모성이 발현된다고 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중성화수술을 받은 암컷들이
이따금 거리에 버려지는 아기 고양이를 공동으로 육아하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아기냥이 길에서 울고 있을 때
새로운 영역과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나도...(난, 가다랑어 캔...) 그...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8마리의 길고양이가 사람의 아기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주면서
구조가 될 때까지 아기를 보살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 어머니가 두 아이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어떤 길고양이는 분명 어떤 사람보다 낫다.
길고양이에게 이 세상은 결코 ‘장밋빛 세상’이 아니다.
녀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같은 날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데 엄마! 텃밭에 덫을 놓는다는 소문이 있던데...이제 어떡해요?"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에게 길 위에서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될 많은 것들을 가르친다.
새끼는 어미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만일 어미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면
새끼 또한 그런 고양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붙임성 좋은 어미 고양이라 할지라도
먹이가 부족하거나 건강이 안좋은 상태에서 새끼를 낳았을 때는
이것이 새끼들에게 신체적으로도 영향을 끼치지만,
정신적 발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게나 말이다... 우리한테 고양이 소시지 주던 아저씨도 이사 간다고 하더라."

즉 먹이가 부족하면 건강이 좋지 않고 그런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낳은 뒤에도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새끼들을 돌보거나 놀아줄 수가 없고, 사회적 학습을 시키는 것에도 게을러진다.
클레어 베상이 지은 <캣 위스퍼러>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영양실조 상태의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은 훨씬 천천히 그리고 적게 학습한다. 또 다른 고양이들에게 반사회적인 행동 또는 비정상적인 공포와 공격성을 보이거나, 균형감각 등 신체적 능력에서 발달이 더딜 수도 있다. 이는 어쩌면 한정된 모유 때문에 항상 형제들과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편하게 지내거나 장난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어떡하든 살아남는 거다. 인간의 포획과 로드킬, 질병과 추위로부터... 죽은 고양이는 말이 없고, 누구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아!" 

고양이의 성격 형성은 보편적으로 생후 2개월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사람과의 친밀감이나 다른 동물에 대한 경계심과 호기심도 이 시기에 결정된다.
그러니까 유독 한국의 길고양이가 인간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바로 인간이 가한 공포에 대한 유년의 자연스러운 학습 때문이다.
새끼 고양이가 인간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2개월의 시기를 보냈다면,
이 고양이는 성장한 뒤에도 여전히 그런 고양이로 살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다 자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따뜻하게 대하면서
인간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어떤 사람의 해코지는 지금까지의 인내와 시간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Trackback 0 And Comment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