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나가도 개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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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가도 개고생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집 안 나가도 개고생이다.

우리 동네에는 마당에서 길고양이나 다름없이 살아가는

삼월이라는 고양이가 있다.

 

 "누가 저 똥강아지 좀 말려줘요~!"

 

이 녀석을 보면 집을 안 나가도 개고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삼월이네 집에는 두 마리의 개가 있다.

한 마리는 검정색 큰개이고,

또 한 마리는 아직 똥강아지 티를 못 벗은 하얀 강아지다.

그런데 이 똥강아지의 취미는 삼월이 괴롭히기다.

 

"아 또 너냐? 내 앞길의 장애물~! 오늘도 개고생 시작인 거냐?"

 

물론 똥강아지 입장에서는 삼월이가 좋아서 늘 졸졸졸 따라다니고

앞길을 가로막고, 꼬리를 흔들고, 얼굴을 부비는 것이지만,

삼월이 입장에서는 저보다 덩치가 큰 강아지가 그러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삼월이를 만난 뒤부터

종종 나는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녀석을 불러 간식 삼아 사료를 한 움큼씩 주곤 했다.

 

 "따라오지 마! 볼도 부비지 좀 마!"

 

하지만 그 때마다 삼월이보다 먼저 달려와

사료를 빼앗아먹는 녀석은 똥강아지다.

삼월이는 그저 똥강아지가 자기 사료를 먹는 모습을 구경하며 입맛만 다셨다.

따로 삼월이를 불러 울타리 바깥에다 몰래 사료를 줘도

어떻게 알고 똥강아지는 지체없이 달려와서

삼월이를 밀어내고 또 사료를 먹는 거였다.

 

"야 그거 내 사료 같은데..." "아무나 먹음 어때서..." 

 

뿐만이 아니다.

내가 삼월이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똥강아지 녀석은 자기가 무슨 주인공인양 포즈를 취하곤 했다.

심지어 삼월이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라도 하면

녀석은 시샘을 하듯 삼월이의 앞길을 가로막고, 올라타고,

몸으로 삼월이의 다가옴을 막아내곤 했다.

삼월이는 짜증이 나서 냥냥거려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저씨 쟤 좀 어떻게 해봐요!"

 

나이로 치자면 똥강아지가 훨씬 더 어린 데다

하룻강아지 시절부터 녀석을 보아온 터라

그래도 삼월이에게는 같은 마당식구라는 동지의식이 남아 있었다.

요즘에는 나한테도 요령이 생겼다.

우선 그 집 앞에 이르면 검은 개와 똥강아지에게 먼저 사료를 한 움큼씩 뇌물로 내놓는 것이다.

두 녀석이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동안에

나는 삼월이를 불러내 최대한 집에서 멀리까지 산책을 나간다.

 

 "집구석에서 맘 편히 쉴 수도 없네."

 

천하의 접대냥인 이 녀석 따라오면서도

언제나 내 바짓가랑이에 볼을 부비느라 정신이 없지만,

어느 정도 집을 벗어나면 똥강아지의 괴롭힘 없이 편안하게 사료를 먹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녀석은 줄레줄레 잘도 따라온다.

결국 집에서 좀 떨어진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이르러 녀석은 마음 편히 간식을 즐긴다.

한번은 마당과 논둑에서 삼월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 새 똥강아지가 다가와 카메라 앞을 가로막았다.

 

 고양이 개고생시킨 강아지의 최후. "아저씨 이건 아니지 않나요? 걍 친하게 지낸 것뿐인데..."

 

그날도 예외없이 녀석은 삼월이를 졸졸졸 따라다니며 얼굴을 부비고

목덜미를 물고, 앞발을 들어올려 장난을 쳤다.

텃밭에서 모종을 하던 삼월이네 집 할아버지가 이 모습을 지켜보더니

이쪽으로 슬슬 걸어왔다.

결국 똥강아지는 그날 할아버지에게 잡혀서 목줄에 묶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해방이 된 삼월이는 묶인 강아지 앞에서 유유히 그루밍을 하고

사료냄새 풀풀 풍기는 하품도 늘어지게 했다.

똥강아지는 그날 한참이나 서럽게 깨갱거리다 앵두나무 아래서 억울하게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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