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절정 유기농 순 야생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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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유기농야생김치


시골에 있는 처갓집으로 김장 담그러 갑니다.
오후 늦게야 시골집에 도착해보니
벌써 장인어른 혼자서 그 많은 배추를 다 절여놓고,
절반쯤 건져놓았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겨우 생색이나 내자고 남은 배추를 씻고 건져내는데,
배추가 참 못나고 보잘 것이 없습니다.
속도 엉성하고, 포기도 야물지 않아서
절여놓고 보니 한주먹이 약간 넘을 정도로 볼품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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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배추는 절여놓고 보니 손바닥만하다. 속도 엉성하고 여기저기 벌레구멍까지 나 있다.

배춧잎에는 여기저기 벌레구멍도 많고,
심지어 절인 배추를 흔들어 씻을 때마다
몇 마리씩
벌레까지 나오곤 합니다.
바로 장인어른께서 손수 키운 유기농 순 야생배추입니다.
유기농이면 유기농이지, 순 야생배추가 뭐냐구요?
팔려고 키운 유기농 배추는 비료와 약을 치지 않는 대신,
거름도 잘하고 잡초도 잘 뽑고 신경을 써서 기른 것이지만,
이 배추는 말 그대로 밭에다 듬성듬성 키워서
야생의 상태로 재배한 배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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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도 작고 모양도 제각각 못생긴 무와 순무.

그러니까 일반 유기농 배추보다도 씨알이 잘고, 작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배추 한 포기 무게면 이 야생배추 세 포기는 있어야 합니다.
어쨌든 유기농 순 야생배추를 다 건져놓고
저녁에는 역시 유기농 야생으로 키운 무와 순무로 채썰기를 합니다.
이 또한 백면서생인 나는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장인어른이 거의 도맡아 채를 썹니다.
아내도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구경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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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속에 들어가는 무와 순무, 갓, 쪽파 등도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한 재료들이다.

밤 늦게 장모님이 오셔서 찹쌀풀을 쑤어놓고,
이튿날 아침 드디어 본격적인 김장 담기에 들어갑니다.
배추속에 들어가는 갓이며, 쪽파며 홍고추 또한 모두
장인어른이 유기농 야생으로 재배한 재료들입니다.
인근 농가에서 구입한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마트에서 사간 새우젓과 멸치액젓을 제외하면
모든 재료가 순 유기농입니다.
장모님 또한 이제껏 조미료 사용을 해본 적이 없는 분이어서
조미료는 일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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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엉성하고 성긴 작고 볼품없는 배추속에 양념을 비벼넣고 있다.

모처럼 꿔다 논 보릿자루였던 아내도 장모님 곁에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비벼넣고 김장을 담습니다.
배추 씨알이 작아서 양념을 비벼넣고도 겨우 한주먹 안팎입니다.
그러니 배춧잎으로 반을 접어 쌀 수도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다들 이런 초절정 울트라 순 유기농 야생김치를 어디서 맛보겠냐며
노닥노닥
즐겁게 김장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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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유기농 순 야생김치가 완성되었다. 기껏해야 손바닥만한 크기에 속도 엉성하지만, 맛만큼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맛깔지다.

일을 끝내고 보니 내가 한 일이라곤 무 네 개 채 썰고
김치 통에다 담은 일밖에는 없군요.
방금 담근 김장김치를 수북히 접시에 담아놓고
늦은 점심을 먹는데,
그 맛이 정말 햐, 감탄스러울 정도로 맛깔집니다.
아내와 나는 김치통으로 세통 넘게 김장김치를 받아 차에 싣고 오면서
돈벼락이라도 맞은 듯 흐뭇하고 배가 다 부릅니다.
이 정도면 내년 여름까지 김치 걱정 없이 살겠다는 생각에 절로 행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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