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가을이면 으름을 따러 뒷산에 오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머루며 으름을 실컷 따먹고
저녁이 되어서야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들.
고향을 떠난 뒤로는 통 으름을 맛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야트막한 산에서 만난 으름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그만이었습니다.
으름나무 하나에 으름이 수십 개 달린 것이
아무래도 올해는 으름 풍년이 분명합니다.
이미 벌어진 지 오래인 으름은 새가 다 쪼아먹고
벌어진 지 얼마 안된 으름도 절반은 새가 먹어치웠지만,
새가 먹다 남은 으름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눈먼 새들이 남겨놓은 으름을 여러 개 따서 광주리에 담아 놓으니
제법 흐뭇하고,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잘 익은 놈들을 항아리에 올려놓고 사진도 찍고,
사진 찍은 놈들은 입안에 넣고 한참 추억의 맛을 음미합니다.
입에 착 달라붙는 향긋함!
아는 사람만 이 으름맛을 압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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