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냥이 비추는 한 줄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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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냥이 비추는 한 줄기



추워진 겨울 날씨에 축사냥이들은 저마다
햇빛 한줌이 그리워 볕바른 곳을 찾는다.

축사 지붕 틈새마다 한 줄기 볕이 빛내림을 하면
축사냥이들은 저마다 빛이 내리는 장소를
용케도 찾아내 한 자리씩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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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나는 축사냥이를 비추는 한 줄기 빛을 본다.
세상에는 고양이를 천대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고양이에 대한 측은지심과 애정을 보내는 사람들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요즘에 나는 세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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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마리의 축사냥이들이 더러운 소지랑물을 먹고 살며
심지어 어미 고양이는 입가가 짓물러 아프다는 사실을 블로그에 올린 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축사냥이를 돕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축사냥이를 후원하겠다고 보내온 사료만도 현재 20여 포대.
이 정도면 내년 봄까지 듬뿍 퍼다 날라도 남을 분량이다.
게다가 어떤 분은 새끼고양이들을 위한 감기 예방약까지 보낸다고 했다.
어미고양이가 아프다고 하자 많은 분들은 구조에 동참하겠다고 나섰고,
치료비를 후원하겠다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심지어 모 방송국 동물 프로그램에서도 구조에 동참하겠다고 나섰으나
나는 이런 소란스러운 해결을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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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축사냥이들이 사는 축사는 주인이 있는 사유지여서
구조를 하더라도 축사 주인의 허락을 먼저 얻는 게 순리였고,
자칫 포획을 위해 소란을 피웠다가 다가올 엄동설한에
녀석들이 이곳에서 쫓겨나 거처도 없이 떠돌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조심스럽고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지난 11월 11일 아침 블로그에 올린 <내새끼 핥아줄 수도 없는 어미고양이>는
11월 9일과 10일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3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의 상황을 말하자면
어미고양이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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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코에서 흘러내리던 진물은 거의 멈춘 듯 보이고,
입가가 짓무른 상태 또한 훨씬 좋아져서
약간의 흔적만 육안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 나았다고 말할 수가 없고, 언제든 재발할 수도 있는 상태이므로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지난 이틀 동안은 축사로 실어나를 짐이 워낙에 많아서
카메라를 들고 갈 수가 없었다.
사료의 양도 2배로 늘려 가져갔고, 물도 2리터를 가지고 갔다.
어미용 캔도 따로 챙겨가야 했기에
카메라까지 가져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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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어미고양이의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그런지 ‘허피스’로 추정되는 병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다만 치료용 캔을 들고 어미에게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았던 어미고양이가 갑자기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듯하다.
어쨌든 내일부턴 다시 카메라를 가져가 어미고양이의 사진도 찍어볼 생각이다.
곧 완쾌한 어미고양이의 사진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축사냥이를 비추는 한 줄기 빛은 바로 녀석들을 애정으로 지켜보고 후원해 준
많은 사람들의 진심어린 마음이라는 것을
축사냥이들은 알까?

* 시골냥이가 사는 법::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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