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고양이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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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고양이 대격돌

 

 

<쿵푸팬더>라는 에니메이션이 있다.

쿵푸 좀 한다는 팬더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건 공상 만화일 뿐이다.

만일 내가 감독이었다면 <쿵푸고양이>를 찍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무럭이와 무심이가 적격이다.

둘 다 고양이계에서는 쿵푸 하면 빠지지 않는 고수들이다.

영화의 배경은 참깨를 베고 난 그루터기가 송곳처럼 솟아 있는

들판이 좋겠다.

아쉬운대로 내가 “레디~ 고!” 슬레이트를 치면

들판에 무럭이와 무심이가 발소리를 죽이며 등장한다.

구경꾼 역할로 무던이를 뒤쪽에 두어도 좋다.

무럭이와 무심이는 텅 빈 깨밭을 빙글빙글 돌며 서로의 동정을 살핀다.

그러다 갑자기 무심이가 점프를 하면서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방심했던 무럭이가 자세를 낮춰 겨우 몸을 피한다.

그러나 무심이의 연이은 공격.

무럭이는 날렵한 공중 제비돌기로 무심이의 파상공세에서 벗어난다.

이번에는 무럭이가 강력한 앞발 공격을 선보이려 하,

지만 벌써 눈치 챈 무심이는 냅다 들판을 질주한다.

바짝 따라붙는 무럭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무심이.

무럭이의 놀라운 스피드에 잡힐 뻔한 무심이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무럭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아뿔싸! 들판에 참깨 그루터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도망가던 무심이는 옥수수 대궁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러자 때는 이 때다 싶어 무럭이가 목의 급소를 물려고 한다.

하지만 곧바로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무심이.

어느새 둘의 자세는 역전이 되어 있다.

둘이 진지하게 싸움을 하는 중에도 아무 생각 없는 무던이는

무던하게 불탄자리에 앉아 구운 옥수수 냄새만 맡고 있다.

(옥수수가 아니라 감자도 괜찮겠다)

다시 공중을 날아 공격을 가하는 무심이.

착지와 동시에 한동안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기술로는 뒤져도 힘으로는 앞서는 무럭이가

무심이를 가볍게 넘어뜨린다.

이에 신이 난 무럭이 공연히 바닥에서 재주넘기를 하며 힘을 뺀다.

그 틈을 타 다시 도망을 치는 무심이.

맹렬하게 뒤쫓는 무럭이.

주력이 좋은 무럭이가 결국 뒤에서 무심이를 덮친다.

위에서 무심이의 주둥이를 잡고 찍어누르는 무럭이.

간신히 빠져나오는 무심이.

힘으로는 무럭이를 이길 수가 없게 되자

참깨 그루터기 창을 뽑아 공격을 해보려는 무심이.

그러나 안뽑히는 참깨 그루터기.

다시 삼십육계 줄행랑.

이때 둘의 싸움을 중지시킨 사건이 발생했으니,

지척의 두릅나무 위에 박새 두 마리가 앉아 쫑알대기 시작한 것이다.

급진정한 두 녀석은 쿵푸 겨루기에서 이제

새사냥으로 종목을 바꾸려 하고 있다.

(야야 그러지마! 재미없어진다구...)

이쯤에서 컷!

(근데 뭔 영화가 줄거리도 없이 줄창 싸우다가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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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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