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총으로 다 쏴죽이겠다는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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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전원고양이에게 공포가 찾아왔다

 

 

이 땅에서 고양이의 평화를 꿈꾸는 건 불가능한 걸까. 요즘 부쩍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로 이사를 와서 3년 넘게 70마리가 넘는 고양이에게 사료배달을 하고, 이름을 붙여주고, 정을 주었지만, 몇몇 인간의 못된 짓으로 무수한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죄책감 없이 쥐약을 놓는 현실 앞에서 나는 여러 번 좌절했다. 하지만 전원고양이가 사는 전원주택만은 최소한 고양이의 평화가 보장되는 ‘고양이 섬’과도 같아서 나는 이곳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곤 했다.

 

 

그 평화가 영원할 거라고 믿었고, 이곳만은 안전지대라고 여겼다. 그래서 지난 해 겨울부터 올 봄까지 나는 8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시간을 쪼개 이곳의 고양이들에게 중성화수술까지 시켜주었다. 전원주택 주변의 마을 사람들도 인식이 달라져 이곳의 고양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평화의 시간이 일순간에 공포로 바뀌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약 열흘 전의 일이다. 내가 전원주택에 사료배달을 가서 사료를 내려놓자마자 할머니가 나를 끌어 앉혔다. 할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가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해. 요 근처에 사는 사람이 경찰이여. 얼마 전 병아리를 20마린가 사와서 마당에 풀어놨나봐. 근데 어제 그 사람이 우리집엘 와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이집 고양이가 병아리를 다 죽였다고, 난리를 치는 거야. 그래 난 확인도 못해보고, ‘아이구, 이를 어째’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내가 병아리값을 물어주겠네, 하면서 얼마인가, 했더니, 한 마리에 5천원에 사왔대. 그러더니 이 놈의 고양이들 내 총으로 다 쏴죽이겠다고. 아니면 이것들을 싸그리 잡아다가 안락사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거야. 그러구는 ‘거 사료 가져오는 사람한테 다 데려가라고 하라’면서 또 삿대질을 막 해대구. 그래서 내 사료 갖다주는 사람은 여기 애들 불쌍해서 사료만 가져다 주는 거라고. 그렇게 한바탕 난리굿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갔어. 그래 내 20마리 닭값을 주머니에 넣고 그 집으로 올라갔어. 그런데 마당에 병아리가 다 있더라고. 두 마린가 목 뒤에 깃털이 뽑힌 건 보이는데, 죽지 않고 뛰어다니더라구. 이 사람이 있지도 않은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우리집에 와서 협박을 한 거지. 그래 내 괘씸하더라구. 아무리 경찰이지만, 지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 고양이를 총으로 쏴죽이겠다고. 그 총 고양이 쏴죽이라고 준 건가. 지금도 심장이 벌렁벌렁한게 내 이 선생한테라도 이래 하소연을 하고 싶었어. 아이고 이를 어쩜 좋아. 마음이 불안불안한 게....”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위로도 해드릴 수가 없었다. 그냥 할머니의 하소연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할 뿐이었다. “내가 이런 게 무서워서도 이사를 가야 하는데, 아직도 살데를 못구했어. 여기 인근에 집값 땅값이 너무 올라서 전세금 빼서 갈만한 데가 없어.” 할머니는 눈시울까지 적시며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털어놓았다.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전원주택의 고양이들은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공포 그 자체였다. “얘네들도 그 사람이 왔다 간 뒤로 마루 밑에 들어가서 안나오더니 이 선생이 오니까, 그래도 저렇게 나오네.” 나는 할머니와 고양이를 볼 면목도 없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전원주택을 돌아나왔다.

 

그리고 엊그제 나는 다시 사료배달을 갔다. 사료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할머니가 또다시 나를 마당에 앉혔다. 또한번 사단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이구, 내가... 어저께 그 사람이 술을 잔뜩 먹구 한밤중에 찾아왔어. 우리 딸하구 나하구 여자 둘이 사는데, 우습게 보는 건지. 현관문까지 벌컥 열구 들어오려는 걸 내가 막 내보냈어. 좋게좋게 얘기해서 보내려고 내가 그러는데, 또 삿대질을 해대면서 이놈의 고양이들 총으로 다 쏴죽인다고, 다 잡아다 안락사시킨다고. 내가 거의 빌다시피했어. 술에 취해 비틀대는 걸 내 부축해서 대문까지 데려갔어. 근데 이 인간이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나한테 삿대질을 해대더니 나를 막 밀치고... 그래서 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야 이눔아 어디 할짓이 없어서 노인네한테 행패를 부려. 그 집 아줌마가 나오구, 우리 딸도 나와서 그만하라고 들어오라고...내 그래서 참았어. 내가 오죽 답답했으면 어제 이 선생한테 전화를 하려구 했다니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이장한테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아니면 112에 신고를 해야 하나. 지금도 내가....”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오늘 이래 고양이를 보고 있는데, 저 놈들이 왜 그렇게 불쌍해 보이는지. 몇 마리는 집을 나가서 안들어오고...지들도 무서우니까. 다 마루밑에 들어가 숨어 있고. 내 우리 아들한테는 아직 말도 안했어. 걱정할까봐.” 먹먹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할머니는 오죽할까. 또 그곳의 고양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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