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따라 마실 가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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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할머니의 길동무 고양이




우리 동네엔 마실 가는 고양이가 있다.
혼자서 동네를 떠돌거나 산책을 하는 게 아니라
마실 가는 할머니를 줄레줄레 따라가는 것이다.

우리 동네 최고의 꽃미냥 파란대문집 달타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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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비켜! 할머니는 내가 모신다." 혼자 사는 할머니의 길동무가 되어 마실 동행을 하는 고양이, 달타냥.

나는 이 녀석이 강아지처럼 졸졸 할머니 뒤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다.
고양이가 야외에서 그것도 사람의 뒤를 따라 마실을 간다는 건
내가 알고 있는 고양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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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대문을 나서자 달타냥이 먼저 길가에 나와 마실 갈 채비를 한다.

불러도 오지 않고,
올테면 네가 와봐, 하는 게 고양이 습성 아니던가.
그런데 사람을 따라서 강아지처럼 줄레줄레 마실 동행을 한다니.
믿을 수가 없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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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나타나자 녀석은 잠시 길가의 콩포기 그늘에 숨은그림처럼 앉아 있다가(위) 할머니 뒤를 줄레줄레 따라와 마실 동행에 나선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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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파란대문집에 사는 할머니는 점심 무렵이나 오후 네댓 시가 되면
경로당이 있는 마을회관으로 마실을 가시곤 한다.
이때 어김없이 할머니 뒤에는 달타냥 녀석이 동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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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따라 어느덧 마을회관 앞까지 다다른 고양이. 내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자 거리를 두고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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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마치 할머니의 수호냥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데,
누군가 낯선 사람이 다가서면
잠시 길가의 콩밭이나 차밑으로 피신을 한다.
녀석은 마을회관까지 할머니를 배웅하고
할머니가 무사히 마을회관으로 들어갈 때까지 회관 앞 차밑에서 얌전하게 지켜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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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하는 동네 아이들을 보자 녀석은 또다시 콩포기 그늘로 숨었다가 거리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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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회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녀석은
다시 혼자서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온다.
파란대문집과 마을회관의 거리는 약 50~60미터 정도.
녀석의 마실 동행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집으로 돌아온 녀석은 이 때부터 대문 밖 길가에 나앉아
회관 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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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마을회관으로 들어간 뒤, 녀석은 집앞으로 혼자 돌아와 길가에 앉아 우두커니 할머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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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에 지치면 콩포기 그늘로 들어가 잠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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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살다 내 이런 고양이는 정말 처음 봤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회관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나오면
녀석은 다시 회관 쪽으로 걸음을 옮겨 마중을 나간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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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대문집 대문 앞에서 할머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할머니에게 여쭤보았다.
“고양이가 강아지처럼 잘 따르네요?”
“어릴 때부텀 키워서 그렁가, 사람을 잘 따라대니유.”
당초 쥐를 잡기 위해 키웠다는 고양이가
쥐만 잡는 게 아니라 혼자 사는 할머니의 길동무까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 할머니의 길동무 고양이::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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