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겨울나기 3개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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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고양이겨울나기 3개월의 기록

 

겨울은 혹독했다.

수십 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는가 하면,
예년의 겨울과 다르게 삼한사온 없이 줄곧 추웠다.
길에서 먹고 자는 길고양이에게
계속되는 영하 13도 안팎의 날씨는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땅위의 먹을 만한 모든 것들은 죄 얼어붙고 눈에 묻혔으며,
마실 물이 없어 녀석들은 눈과 얼음을 녹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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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인근에 나가 있던 여리와 소리가 사료 배달이 오자 전력 질주로 달려오고 있다(위). 개울가 식당까지 먹이활동을 나왔던 가만이 녀석이 눈밭을 걸어 축사로 되돌아가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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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고양이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다른 것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먹이를 공급받았다는 것.
칼바람과 한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축사에 쌓아놓은 짚단 더미로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녀석들은 축사에 곁달린 개밥 끓이는 아궁이에 들어가
밤새 추위를 피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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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첫눈이 내리던 날의 축사고양이들(위). 여러 차례 폭설이 내리고, 또 녹아내리던 약 보름 전의 축사고양이 모습(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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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녀석들의 몰골은 재와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변했다.
그건 녀석들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겨울을 나는 동안
결국 염려해 왔던 상황도 발생하고 말았다.
저러다 오래 못가겠다 싶었던 잿빛 고양이 제리는 끝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미 녀석은 지난 12월 중순부터 보이지 않았는데,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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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축사를 찾아와 배고픔을 달래고 가는 미랑이(위). 어미 고양이 '대모' 또한 축사 바깥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하지만, 폭설이 내린 다음에는 자주 축사에 들러 배고픔을 해결하곤 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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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성격을 지닌데다 바깥으로 자주 떠돌던 노리도
눈폭탄이 내리던 지난 1월 초부터 보이지 않는다.
역시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한잎의 고양이'로 맨 처음 축사고양이를 세상에 알린 녀석이었다.
11마리의 축사고양이 가운데 두 마리는 끝내 겨울을 나지 못하고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영역을 옮겼다고 믿고 싶지만,
시골의 작은 마을에 옮길만한 영역은 그리 많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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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물이 없어 대신 발바닥으로 눈을 묻혀 녹여 먹는 장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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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축사에는 4마리의 새끼(여리, 나리, 보리, 소리)와 장나니, 가만이 등 총 6마리가 상주해 있고,
미랑이와 뜨문이, 어미인 대모는 간간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지난 1월 눈폭탄이 내린 뒤부터
축사에는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른 영역에 살던 고등어무늬(현재 당돌이가 사는 영역을 지키던 녀석) 한 마리와
흰바탕에 노랑무늬가 드문드문 박힌 흰노랑이(영역 알 수 없음) 한 마리가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축사냥이의 먹이를 강탈하곤 했던 것이다.
벌써 내 눈에 띈 것만 해도 10여 차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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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축사에 앉아 있던 노리의 마지막 사진(위). 노리가 어디서 났는지 모를 딱딱한 북어를 뜯어먹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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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또한 폭설과 혹한으로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이곳의 급식소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
녀석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두 침입냥이 나타날 때마다 수가 많은 축사냥이들은 혼비백산 달아나버리기 일쑤다.
당연히 축사냥이의 몫이 그만큼 줄어들고 만 셈이다.
이 두 침입냥에 대해선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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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초, 마지막으로 찍었던 제리의 사진. 녀석이 되돌아간 고양이별에도 눈이 내릴까.

그래도 축사에 남아 있는 녀석들은
겨우내 참 많이도 자랐다.
녀석들은 멀리서 내가 나타나면 인근을 돌아다니다가도
용케 알고 급식장소로 모여든다.
하지만 나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심해서
여리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은 늘 2~3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한다.
녀석들은 그 거리를 최소한의 ‘안전거리’로 여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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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축사로 가는 길. 눈밭에 찍힌 내 발자국(위). 축사고양이 한 마리가 엄청나게 내린 폭설을 바라보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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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은 어느 새 끝자락에 와 있다.
올것 같지 않은 봄도 이제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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