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꼬박 달려 알타이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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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을 꼬박 달려 알타이에 도착하다



<나의 알타이 여행 노선>

* 지금까지의 여정: 울란바토르-바얀고비-하라호름-첸크르-체첼렉-촐로틴 골-타리아트-허르그 사화산-차강노르 호수-이크올-이크올 유목민 게르-터송챙겔-울리아스타이-알타이

* 앞으로의 여정: 알타이-보르항 보다이-하삭트 하이르항-델게르-붐브그르-바얀 홍고르 게르 주막촌-샤르갈 조-아르와해르-바얀고비-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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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사원에서 바라본 언덕의 집들과 하늘과 구름과 아무것도 없음.

황량한 벌판, 황량한 길, 황량한 시간들.
울리아스타이를 떠나 알타이가 가까워질수록 초원은 더욱 황량해진다.
항가이 산맥을 넘어온 바람은 황량한 것들을 펄럭이며
알타이 쪽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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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가는 길에 만난 초원과 군청빛 감도는 전형적인 몽골의 하늘 풍경.

5일간 달려온 항가이 산맥의 고지대가 끝나면서 길은 구릉과 바위너설지대로 이어진다.
언덕과 비탈, 구릉과 초원, 추위와 펑크, 감탄과 감동, 적막, 기다림 ...
거의 하루종일 바위 너설지대와 구릉을 지난 길은
조금씩 고도를 낮춰 야트막한 초원으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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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따라 이어진 알타이 가는 길(위). 차창 밖으로 찍은 낙타를 몰고 가는 유목민(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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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은 졸다가 깨어나고 창문 밖을 보며 감탄하고
더러 이제껏 거쳐온 길들을 수첩에 적고,
아직도 멀었나 고개를 쭉 빼 앞을 내다보는데,
갑자기 동행한 비지아 교수가 손을 가리켜 ‘알타이!’하고 외친다.
그러자 운전기사도 나도 ‘알타이!’하고 따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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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의 시작을 알리는 알타이 관문.

멀리 알타이의 항타시르 설산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자리한 ‘황야의 도시’가 펼쳐졌다.
다섯 번의 펑크와 다섯 번의 저녁을 보내고 그렇게 우리는
알타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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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관문에서 만난 쵸르텐(위)과 알타이 사원의 쵸르텐(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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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에 오기 전, 사람들은 내게 묻곤 했다.
“알타이에는 무엇이 있나?”
그럴 때마다 나는 억지로 대답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어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럼 거기엔 뭣하러 가는 거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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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동북쪽 언덕에서 바라본 삭막한 알타이 시가지 풍경.

‘그냥’이란 말은 꼭 이럴 때를 대비해 생긴 말인 것만 같다.
여행을 가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
이유 없이 그냥 나는 알타이에 도착했다.
애당초 오래 전부터 이유없이 알타이에 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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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최고 번화가 광장에서 바라본 거리와 하늘.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여행은 멀어져버린다.
언제나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고 말하는 당신은
나중에, 이번 일이 끝나면, 애들이 좀더 크면, 이라고 핑계를 댄다.
그러나 그 때가 되면, 가지 못하는 핑계와 이유는 더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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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에서 만난 거리의 학생들. 여기서 요즘 유행하는 패션은 청바지, 그것도 나팔바지 스타일.

떠나고 싶은 순간에 떠나야 한다.
그렇게 나는 떠나고 싶어서 몽골로 떠났고, 알타이에 도착했다.
오래된 낡은 도시.
거리에는 빛바랜 페인트 자국과 낙서가 어울린 시멘트 건물이 아무렇게나 솟아 있다.
도심의 외곽에는 게르촌이 벌판을 향해 무질서하게 뻗어 있고,
도로는 그저 휑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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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촌을 걸어나온 한 여성이 아침 햇살 속을 걸어 시내로 출근하고 있다.
 
삭막한 사막의 언저리에 황량하게 펼쳐진 도시.
여느 도시에 비해 아름답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알타이의 풍경이지만,
나는 그 황량함과 삭막함이 싫지 않다.
알타이의 본래 이름 또한 ‘사막의 황금’이란 뜻의 ‘고비 알타이’였다.
사막의 황금도시.
시내를 가로질러 알타이에서 가장 크다는 토드카네 알타이 호텔에 여장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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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의 아파트.

이곳의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우리의 80년대 시골 여인숙과 다를 바 없다.
오래된 파이프에서 붉고 노란 녹물이 떨어져 벽지를 타고 흘러내린다.
얼룩이 번진 낡은 시트에 얇은 이불 한 채.
침대는 스프링이 망가져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 삐걱 소리를 낸다.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더 아프다.
침낭 밖으로 목을 내밀고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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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전통문양으로 장식된 알타이 아파트의 창과 베란다 풍경.

이른 아침 호텔을 나와 황량한 거리에 나서자
빼곡하게 들어선 게르촌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도시의 풍경은 우리의 80년대 소읍의 분위기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한바탕 모래바람이 휩쓸고 가면 도시는 더욱 황량해진다.
캔사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가 생각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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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시장의 허름한 식당과 식당 간판.

심장이 고요한 <낭만적 비관론자>에게는 더없이 어울리는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알타이는 거의 모든 여행자가 외면하는 도시다.
알타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원은 초라하고, 시장은 조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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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호텔에서 시내로 이어진 메인 스트리트. 삭막하고 적막하다.

먼지가 잔뜩 낀 카메라를 꺼내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곳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누군가 내게 알타이의 진면목을 보여달라고 해도
나는 군말없이 보여줄 것이다.
이 황량하고 거칠고 눈물겨운 아무것도 없음에 대하여.

*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바람:: http://gurum.tistory.com/

바람의 여행자: 길 위에서 받아적은 몽골 상세보기
이용한 지음 | 넥서스 펴냄
낯선 행성, 몽골에 떨어진 바람의 여행자! 『바람의 여행자 | 길 위에서 받아 적은 몽골』. 세상의 모든 바람이...몽골에 떨어진 바람의 여행자는 4가지 루트로 낯선 행성을 시작한다. 울란바토르를 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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