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안고 활짝 웃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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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노파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여기 소녀가 있다.

그리고 노파가 있다.

둘은 캘커타 빈민가에 산다.

낮에는 시장통에 나와 채소 따위를 판다.

 

 

스콜이 내리기 시작하자

그들은 채소는 그냥 길에 두고

어두운 창고 건물로 들어가 비를 피한다.

손님 대신 고양이 몇 마리가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창고 건물을 영역으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다.

고양이를 발견하고 다급하게 카메라를 꺼내

고양이에게 초점을 맞춘다.

 

 

고양이는 도망간다.

고양이를 뒤쫓아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창고 안에는 소녀와 노파처럼

채소를 가지고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다.

고양이들은 소녀와 노파의 뒤편에서 맴돈다.

가만 보니 그릇이 하나 있다.

밥알이 말라붙어 있는 것을 보니

고양이밥을 담는 그릇이 분명하다.

 

 

고양이는 먹을 게 없어서

말라붙은 밥그릇을 자꾸만 핥았다.

하루종일 팔아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까 말까인

시장통 사람들이 십시일반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넉넉하게 줄 수는 없어서

있으면 주고 없으면 마는 모양이다.

 

 

지구의 한 귀퉁이,

없이 사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밥을 주는 고양이들.

(한국에는 먹고 남아서 버리기까지 하면서도

매몰차게 고양이를 걷어차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고양이들은 유난히 소녀와 노파 주변을 맴돌았다.

내가 고양이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르자

노파는 옆으로 다가온 고양이 한 마리를 잡아

소녀에게 건넸다.

소녀는 나에게 손짓을 하며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장난기가 발동한 할머니는

고양이 귀를 잡고 ‘웃긴 표정’까지 만들어준다.

소녀도 웃고, 나도 웃고, 뒤에 앉은 아낙도 깔깔거리며 웃는다.

웃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더 오래 찍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

여기 소녀가 있고, 노파가 있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손길이 있다.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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