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사진찍기 8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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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사진찍기 8가지 방법



종종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길고양이 보고서>를 보고 ‘도대체 저런 사진을 어떻게 찍었죠?’라고 물어올 때가 있다. 사실 나는 사진 전문가도 아닌데다 고양이 전문가도 아니므로 딱히 답해줄 말이 없다. 다만 ‘발품’과 ‘시간’으로 만든 사진이라는 말 밖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길고양이와의 ‘연대감’ 형성이다. 이는 지속적인 먹이주기와 관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운이 좋아 우연히 좋은 장면을 건질 수는 있겠지만, 이런 행운은 매번 반복될 수가 없다. 그동안 길고양이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1. 연대감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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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신뢰받지 않고는 신뢰할만한 고양이 사진도 나올 수 없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기 위해선 길고양이와 친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지속적으로 한 가족이나 아기 고양이의 성장과정, 놀이, 행동, 사건을 찍으려면 연대감이 형성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길고양이의 자잘한 일상과 적나라한 모습은 연대감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신뢰받지 않고는 신뢰할만한 고양이 사진도 나올 수가 없다.

2. 인내심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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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관찰과 인내심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길고양이 사진은 지속적인 관찰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우연히 좋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런 행운은 언제나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내가 찍은 고양이가 산수유나무에 올라가 꽃구경을 하는 장면이나 담장에 올라 단풍 구경을 하는 장면 같은 것은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고양이라는 피사체는 기다리는 법이 없다. 결국 찍는 사람이 기다려야 한다. 길고양이 사진에서는 연출이나 트릭이 통하지 않는다.

3. 먹이먹기 전후에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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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보여주는 애교의 8할은 먹이구애행동에서 나온다.

길고양이에게 지속적인 먹이주기를 하고 있다면, 먹이먹기 전후에 사진을 촬영해 보자. 길고양이는 먹이 앞에서 ‘먹이구애행동’을 하는데, 고양이가 보여줄 수 있는 애교의 8할이 먹이구애행동에서 나온다. 또한 고양이는 먹이 앞에서 관대해진다. 고양이는 먹이를 먹고 나면 그루밍을 하는데, 이 때도 고양이만의 풍부한 행동과 표정을 만날 수 있다.

4. 눈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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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초점이 맞아야 고양이의 표정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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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진은 수술에 초점을 맞추고, 동물 사진은 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옳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 초점이 눈이 아니라 다른 곳에 맞은 사진은 어쩐지 생동감이 떨어진다. 눈에 초점이 맞아야 생동감도 살고, 표정도 살고, 고양이도 산다.

5. 셔터우선 모드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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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움직이는 길고양이를 찍기 위해선 빠른 셔터 속도가 필수적이다(위). 반면 느린 셔터속도로 오히려 속도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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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라는 피사체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언제 어떤 돌출행동을 할지 모른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기 위해서는 빠른 셔터속도가 필수적이다. 이럴 때 셔터우선 모드(TV)로 설정한 뒤 촬영하면 훨씬 좋은 노출을 얻을 수 있다. 보통 길고양이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기 위해선 1/250초 이상의 셔터속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끔은 피사체의 역동성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느린 셔터 속도로 오히려 속도감(blur 효과의 궤적으로 인해)을 표현할 수도 있다. 화질 저하를 감수하고, 셔터우선 모드 대신 감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6. 플래시 촬영은 절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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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광이야말로 가장 좋은 조명이다.

플래시 촬영은 길고양이를 놀라게 할 수 있고, 곧바로 도망칠 수 있으므로 절대 시도해서는 안된다. 설령 플래시 촬영에 성공했다 해도 길고양이의 제빛깔이 나오지 않고, 적목현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가 없다. 자연광이야말로 가장 좋은 조명이라 할 수 있다.

7. 연사기능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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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신속한 사람의 손이라도 고양이의 순간적인 동작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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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많은 길고양이를 촬영할 때, 연사(연속촬영) 기능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장면과 동작을 얻을 수 있다. 이를테면 아기고양이들의 싸움놀이 장면을 담을 때 연사 기능을 활용하면 재미있는 장면을 순간포착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사람의 손은 고양이의 동작을 따라잡지 못한다. 아무리 신속하게 움직여도 극적인 상황을 놓치는 경우는 허다하다.

8. 비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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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런 사진이 가능해? 꾸준히 애정을 갖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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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있어도 비법은 없다. 길고양이는 연기자가 아니므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하는 의아한 사진도 나오는 것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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