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여행지 1위, 안트베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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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선정 최고의 여행지 1위, 안트베르펜



세계적인 여행출판사 론리플래닛(Lonley Planet)이 최근 발간한 <Lonley Planet's BEST IN TRAVEL 2009> 라는 책에서 2009년 최고의 여행지를 선정 발표했는데, 꼭 가봐야 할 도시 10곳 중 첫 번째 도시로 벨기에의 앤트워프(Antwerp)를 선정했다. 앤트워프는 영어식 명칭이고 벨기에 현지에서는 안트베르펜(Antwerpen)이라 해야 한다. 우리에게 생소하게만 들리는 안트베르펜은 어떤 곳이길래 꼭 가봐야 할 도시 1위로 선정된 것일까. 벨기에에 머무는 동안 나는 세 번이나 안트베르펜을 찾았고, 세 번 다 만족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안트베르펜으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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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워프(Antwerp)라는 지명은 팔을 던지다라는 뜻의 핸드워픈(Handwerpen)에서 왔고, 이것을 네덜란드식으로 표기한 것이 안트베르펜이다. 안트베르펜 시청 광장에는 로마시대의 실버스 브라보가 당시 폭정을 일삼던 안티군(Giant Antigoon)의 손목을 잘라 스헬데 강으로 던지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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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대성당과 <플란다스의 개>

우리나라에도 방영된 적이 있어 누구나 알고 있는 만화 <플란다스의 개>는 벨기에 제2의 도시 안트베르펜이 그 배경이 되었다. ‘플란다스’는 바로 플랑드르이며, 만화에서 주인공 네로가 파트라슈와 함께 성당에 걸린 그림을 보며 싸늘히 식어갔던 곳이 바로 안트베르펜 중심의 성모마리아대성당(O. L. Vrouwekathedraal, 노트르담 성당이라고도 불림)이다. 성모대성당은 벨기에에서 가장 높은 123미터의 첨탑을 가진 벨기에 최대의 고딕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만화에도 등장하는 성당 그림은 화가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작품으로, 주인공 네로는 이 그림을 보며 화가를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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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최대의 고딕 성당이자 가장 높은 123미터 첨탑을 지닌 안트베르펜의 성모마리아대성당.

성모마리아대성당은 14세기 중반에 짓기 시작해 200여 년 동안이나 지은 것으로, 1533년에는 대형 화재로 내부에 소장하고 있던 많은 예술품이 훼손되었으며, 1794년에는 프랑스 혁명가들에게 또한번 예술품을 몰수당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19세기에는 성당의 내부 복구가 일부 이루어졌지만, 전체적인 복원은 198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성모마리아성당의 아름다움은 성당의 아치형 출입문에 새겨진 석조 조각에서 두드러진다. 이 조각상들은 하나같이 섬세하고 정교하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려면 2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그것이 아까워 성당 내부 구경을 놓친다면 필경은 후회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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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플란다스의 개>에도 등장하는 돔 천장의 '성모승천' 그림(위)과 웅장한 석주가 인상적인 성모마리아대성당의 내부 모습(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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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마리아대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우선 웅장한 천장 높이와 석주와 벽의 장식에 놀라게 되지만, 무엇보다 화려하게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게 된다. ‘성모마리아상’에서부터 ‘최후의 만찬’까지 성당의 유리 성상화는 하나하나가 다 가치있는 예술이고 작품이다. 드디어 성찬대 입구 왼쪽에 이르면 루벤스의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고, 오른쪽에 이르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다. 설교단 뒤쪽 중앙에는 출입금지 밧줄 너머로 희미하게 <플란다스의 개>에 등장했던 ‘성모승천’ 그림이 보이고, 둥그런 돔 천장에도 다른 화가(Cornelis Schut, 1557~1655)가 그린 성모승천 그림이 벽화로 장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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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마리아대성당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성모마리아대성당 출입구를 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옛날 돌우물이 하나 있고, 그 위에는 우물 자리를 표시하는 조각물이 설치돼 있다. 성당 옆과 뒤쪽은 온통 식당과 바가 들어서 있다. 성당 앞쪽과 시청사 사이의 그랜드마켓 광장보다 성당 뒤쪽의 플라츠 광장이 훨씬 넓게 펼쳐져 있는데, 여기에 화가 루벤스 동상이 성당을 배경으로 자리해 있다. 루벤스 동상은 그랜드마켓의 브라보 동상과 더불어 안트베르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상이다. 화가 루벤스가 활동하던 17세기만 해도 안트베르펜은 예술의 중심지로 불렸고, 오늘날까지도 루벤스는 안트베르펜의 자랑으로 여겨지고 있다. 루벤스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왼쪽 길을 따라 1킬로미터쯤 가면 루벤스 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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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그랜드마켓 광장에서 만난 자전거 타는 여인(위)과 마차를 탄 사람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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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독일 태생인 루벤스는 1609년 안트베르펜의 궁정화가로 임명되면서 안트베르펜에 집을 마련해 살기 시작했다. 그의 유명한 성상화, 인물화의 상당수는 그가 안트베르펜에 살던 약 30여 년 동안에 그려진 것이다. 루벤스의 집은 왼쪽이 살림집, 오른쪽이 작업실 형태로 되어 있는데, 왼쪽의 살림집은 전형적인 플랑드르 스타일, 오른쪽의 작업실은 이탈리아 스타일로 지었다고 한다. 손수 설계와 건축을 다 했다. 또한 두 건물 사이에 자리한 정원은 이탈리아풍이고, 건물을 장식한 조각상(이 조각상은 콜렉트 작품들이다)들도 대부분 이탈리아 조각상들이다. 이는 아마도 그가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고, 평소 미켈란젤로를 흠모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변신한 옛날 작업실에는 루벤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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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하우스 가는 길에 만난 분수대의 연인들.

다이아몬드와 운하의 도시

안트베르펜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은 수많은 갑문과 운하로 연결된 항만시설이다. 세계 3대 다이아몬드 가공도시로도 알려져 있는 안트베르펜은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독일의 함부르크와 더불어 유럽의 가장 큰 항구도시로 손꼽힌다. 안트베르펜을 비껴 흐르는 스헬데(Schelde)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대한 미로처럼 구획된 도크(Dok)와 물류시설을 만날 수 있다. 안트베르펜 북쪽에서부터 네덜란드 국경지대까지 길고 드넓게 펼쳐진 이 곳의 도크와 운하를 지나칠 때면 수백 톤에서 1천여 톤이 넘는 화물선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스헬데 인근 운하와 내륙의 수로를 오가는 유람선도 수시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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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하우스 가는 길에 만난 아이.

특히 항만에서 안트베르펜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스헬데 강쪽을 바라보는 일은 실로 장쾌하고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멀리 보이는 정유공장 굴뚝에서는 주황색 불길이 하늘로 치솟아오르고, 운하를 따라 즐비하게 자리한 다목적 크레인은 화물선에서 짐을 싣고 내리느라 분주하다. 곳곳에 자리한 컨테이너 터미널도 짐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로 정신이 없다. 하지만 저녁놀이 운하를 붉게 물들일 때쯤이면 다소 피곤하고 산만해 보이던 항만의 풍경은 제법 낭만적인 풍경으로 뒤바뀐다. 운하에 비친 놀을 가로지르며 갑문으로 향하는 화물선의 실루엣이 마치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증기선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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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베르펜 시내의 거리 풍경.

안트베르펜에 전해져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랜 옛날 스헬데 강을 오가는 화물선의 통행을 방해하는 거인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한 로마 병사가 그 거인의 팔을 잘라 강가에 던져버렸는데, 안트베르펜이라는 지명이 바로 거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팔을 던지다라는 뜻의 핸드워픈(Handwerpen)을 네덜란드식으로 표기한 것이 안트베르펜이라는 것이다. 안트베르펜 시청 광장에는 그것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안내서에는 이것이 로마시대의 실버스 브라보가 당시 폭정을 일삼던 안티군(Giant Antigoon)의 손목을 잘라 스헬데 강으로 던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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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내륙의 수로를 잇는 스헬데 강의 알베르 운하. 유람선이 운하를 지나가고 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영국, 독일과 더불어 유럽의 4대 물류중심국으로 통한다. 과거에는 ARA라 하여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베르펜 등 3개 도시를 유럽의 물류핵심도시로 손꼽았다. 안트베르펜의 번영은 16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15세기부터 모직물 거래와 무역으로 성장한 안트베르펜은 16세기 들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무역항 노릇을 대신하며 유럽 제일의 무역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당시 경제의 호황과 금융업의 성황으로 유럽 최초의 주식거래소도 안트베르펜에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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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베르펜의 가장 오래된 맥주집에서 만난 사람들(위)과 플라츠 광장의 야외 바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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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말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전쟁으로 안트베르펜은 한동안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만, 1863년 네덜란드로부터 스헬데 강의 통행권을 사들임으로써 다시금 옛 지위를 되찾았다. 이후에도 제1, 2차 세계대전을 차례로 겪으며 피해를 보았으나, 세계적인 무역항으로의 지위는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안트베르펜이 이처럼 성장한 데에는 과거 다이아몬드 가공업과 레이스 편물업이 한몫을 했다. 현재는 기계, 금속, 정유, 화학, 자동차공업이 안트베르펜을 신흥 산업도시로 만들어놓았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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