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고양이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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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고양이의 겨울나기

 

 

모든 길고양이에게 겨울은 참담합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고,

그래서 먹을 것이 없고,

먹지 못해 기력이 떨어진 고양이는 체온마저 떨어져

결국 얼어죽기도 합니다.

 

여기네 아기노랑이(왼쪽)과 저기네 아기노랑이(오른쪽)가 대문 안쪽에서 밖의 동정을 살피고 있다.

 

지난 여름 역전 가는 길

고양이숲의 두충나무가 벌목이 된 이후로

은신처를 잃어버린 역전고양이 몇 마리는 이곳을 떠났습니다.

그 무렵 ‘여기’와 ‘저기’는 새끼까지 낳았는데,

지금 여기와 저기의 곁에는

각각 한 마리의 새끼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저기의 새끼는 내가 본 것만도 세 마리 이상이었지만,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너 지금은 한 마리만이 남았습니다.

여기가 몇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지는 본 적이 없지만

가을 이후 지금까지 노랑이 한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특히 여기네 아기고양이 녀석은 애교가 많아서

요즘에도 배달을 나가면

흰대문집 앞에서 얼마나 열심히 발라당을 하는지 모릅니다.

 

대문 앞에서 발라당을 하는 여기네 아기노랑이.

 

그러나 저기의 새끼 노랑이는

예나 지금이나 경계심이 심해서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편입니다.

이곳에 고양이숲이 있을 때만 해도

나는 숲속에 들어가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녀석들에게 밥을 주고 노는 것을 구경하고 했지만,

요즘에는 밥 줄 때도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모릅니다.

 

 

무슨 간첩 접선하듯 첩보원스럽게 사료를 내려놓고는

재빨리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큰길로 올라옵니다.

역전에는 아무래도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칫 눈밖에 났다가는 어떤 봉변을 치를지 모릅니다.

내가 먼저 조심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여기네 아기노랑이는 과거 꼬미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하다.

 

얼마 전 두세번의 혹독한 한파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순둥이와 아기고양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두 녀석을 못본지 벌써 20여일은 넘은 듯합니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요.

 

 여기네 아기노랑이와 이모인 저기의 불편한 인사(위). 저기네 아기노랑이가 뒤늦게 먹이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아래).

 

우리집에 단골로 드나들던 몽롱이와 너굴이도 요즘 보이지 않습니다.

몽롱이는 얼굴을 못본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너굴이는 최근에 보니

다시 전원주택으로 가서 영역을 넘나들고 있더군요.

아마도 발정이 나서 그쪽으로 간 듯합니다.

 

 지난 여름 고추밭에서 장난을 치던 저기가 낳은 얼룩이. 가을 이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무지개다리를 건넌 듯하다.

 

게걸 조로는 요즘 우리집을 완전히 차지한 듯하고,

가끔씩 커플이 된 깜찍이 2세를 데려오기도 합니다.

조로가 몽롱이와 너굴이를 쫓아낸 듯도 하구요.

철장에서 풀려난 덩달이는 요즘 자주 만나는 편이고,

삼월이도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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