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서 할머니 기다리는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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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서 할머니 기다리는 고양이들

 

 

전원주택에 아기고양이가 태어나면서

이제 전원고양이의 수는 스무 마리가 넘었다.

최근 들어 할머니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내심 걱정이다.

 

 

할머니에게 나는 이 녀석들 몇이라도 우선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게 어떠냐고

거듭 여쭤보았지만,

할머니는 아직은 두고 보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구독자 중에 한분이

내가 포획만 해주면 차량부터 수술까지 책임을 지고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그리고 그분이 직접 할머니를 찾아뵙기도 했지만,

아직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한번 더 여쭤볼 생각이다.

할머니의 고양이에 대한 지극정성은 익히 여러 번 내가 소개한 적이 있지만,

사실 나로서는 할머니의 발끝도 못따라간다.

내가 일주일에 한번씩 전원주택에 사료 한 포대씩을 배달해주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가끔씩 닭백숙에 밥을 말아주기도 하고,

수시로 멸치와 어묵을 간식으로 내놓는다.

멸치와 어묵값이 만만치 않을진대

할머니는 아까워하는 법이 없다.

 

 

집에서 나는 국물용 멸치를 고양이에게 내줄 때도

한 앞에 한 마리씩 손을 떨어가며 내놓는데,

할머니는 봉다리째 가져와 한 움큼씩 사료주듯 인심을 쓴다.

어묵도 고양이가 먹기 좋게 잘라다 수북하게 내려놓는다.

결정적으로 할머니는 고양이를 불러 한 마리씩 어묵을 먹이고

멸치를 먹여주는 짜릿한 손맛을 즐긴다.

 

 사진 속 고양이는 모두 몇 마리 일까요?

 

할머니는 고양이를 거둬 먹이고 키우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저마다 쩝쩝쩝 먹이를 먹을 때면

할머니는 언제나 흐뭇한 표정으로 녀석들을 바라보곤 한다.

할머니의 이런 지극정성 때문인지

전원주택의 고양이들은 밥때가 되거나 간식 때가 되면

우르르 현관 앞으로 몰려와

단체로 할머니를 기다린다.

 

 

참을성이 없는 몇몇 녀석은 아예 현관문을 두들기고

안절부절 자꾸만 계단을 오르내린다.

드디어 현관문이 열리면

고양이들은 일제히 꼬리를 치켜세우고 냐앙~ 냐앙~ 하면서

할머니를 부른다.

전원주택에 갈 때마다 내가 만나는 풍경이다.

그나저나 할머니의 건강이 좋아져야 할 텐데.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니 그게 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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