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 연어가 돌아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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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 연어가 돌아올 때




날씨가 쌀쌀해지는 초겨울이면

태평양에 인접한 홋카이도의 강줄기마다 연어가 돌아옵니다.

북태평양에서 길 떠난 연어가 혼신을 다해

드디어 물길을 거슬러 어미 강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맘때쯤이면 시레토코의 이와오베쓰와 온나데쯔 강에도

장엄한 최후를 예감한 연어로 가득합니다.

이와오베쓰 강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연어 채포장이 들어서 있어

하류에서 일찌감치 연어와 송어를 잡아버리지만,

그보다 수심이 얕고 폭이 좁은 온나데쯔에서는

연어와 송어가 올라오는 풍경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연어가 돌아올 때쯤이면

온나데쯔 강 하구에는 갈매기며 백로며 물수리가

연어가 올라오는 길목을 지키고 앉아

힘에 부쳐 상류로 올라가지도 못하는 지친 연어를 사냥합니다.

사람들도 다리에 올라서서 그런 자연계의 섭리를 봅니다.





온나데쯔는 아이누어로 ‘오래된 강’이란 뜻입니다.

오래된 강에 연어가 가득합니다.

이 곳으로 올라오는 연어는 대부분 연어와 송어인데,

이 곳에서는 연어를 가리켜 ‘백연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온몸이 헐고 상처를 입어

몸빛깔이 온통 허옇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연어를 두고 상처뿐인 영광이라 부를 테지만,

아랑곳없이 연어는 강을 거슬러올라

알을 낳고 방정하고 거룩하게 산란탑을 쌓고는

장엄한 최후를 맞을 것입니다.


 


연어는 아이누어로 시뻬라고 합니다.

그냥 ‘음식’이라는 뜻이죠.

아이누족에게는 연어가 곧 음식이었으니까요.

대대로 아이누족은 연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연어를 따로 ‘카무이 체프’라고 해서

‘신의 음식’이라 불렀고,

맨 처음 잡은 연어는 신에게 바쳤습니다.

이 의식을 ‘카무이 노미’라 부릅니다.



홋카이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연어와 송어 그림.


120년 전만 해도 일본인은 바다에서 연어를 잡고,

아이누는 강에서 연어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허가 없이 연어를 잡다가는 곧 체포되고 맙니다.

일본에서는 연어가 부가가치 높은 바다의 자원으로 여기지만,

허가 받은 연어잡이배들은 바다의 길목에서 이미

연어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시레토코 가는 길에 만난 눈 덮인 겨울산 풍경.


예부터 홋카이도에 살았던 아이누족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강의 상류로 올라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강의 상류에 천국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쩐지 그들의 사후 관념은

알을 낳고 최후를 맞기 위해 강의 상류로 거슬러오르는

연어의 삶과 닮아 있는 듯합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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