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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9 시골고양이의 특권, 개울물 마시기 (23)

시골고양이의 특권, 개울물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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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고양이의 특권, 개울물 마시기

 

개울가 자갈밭 너럭바위에서 사료를 배불리 먹은 꼬미와 소미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울로 내려간다.

자갈밭을 지나 개울가에 길게 뻗어 있는 수로관을 지나서

군데군데 드러난 모래밭에 총총 발자국을 찍으며

두 녀석이 개울물 앞에 섰다.

 

 물맛이 끝내주는 꼬미표 생수.

 

개울에 도달하기가 무섭게 두 녀석은 고개를 잔뜩 숙여

개울물을 마신다.

개울의 맑은 물이 고양이 혀에 휘말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천천히 오래오래 둘은 물을 마시고

소미가 먼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본다.

꼬미는 한참이나 더 물을 마시고 곧바로 뒤돌아선다.

 

 "고인 물보다는 역시 흐르는 물이 맛있어."

 

맑게 흘러가는 개울물을 마시는 것은 시골고양이의 특권이다.

도심의 고양이들은 개울물을 마시고 싶어도 찾아갈 개울이 없다.

개울이 있다 싶으면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이래저래 도심의 고양이들은 웅덩이나 그릇에 고인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물론 시골고양이도 얼음이 어는 한겨울에는

개울물을 마실 수 없다.

대모네 식구들에게도 이곳의 개울은 겨우내 개점휴업했었다.

 

 "아저씨도 한 모금 하실래요?"

 

대모네 식구 가운데 가장 먼저 개울에서 물 마시는 모습을 내게 보여준 건

꼬미 녀석이다.

녀석은 이른 봄 배수구 앞에서 사료를 먹고 배수구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거였다.

이상하다 싶어서 길을 건너 까치발로 도로벽 너머를 살펴보니

녀석이 혼자 개울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뒷모습은 적막하고 참 아름다웠다.

오후의 햇살은 물살에 부딪혀 반짝반짝 빛났다.

 

 오래오래 이 물을 마실 수 있었으면...

 

물을 다 마시고 역광 속에서 돌아오는 꼬미의 모습도 흐뭇했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대모네 식구들이 개울에서 물 마시는 모습을 찍기 시작한 것이.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한참씩 기다려 개울물 마시는 모습들을 사진에 담았다.

어떤 날은 소미와 대모가 함께 짝을 이뤄 개울물을 마셨고,

어떤 날은 대모와 소미와 재미가 한꺼번에 개울로 내려갔다.

대모는 종종 개울물을 마시고

마치 산책을 하듯 개울을 따라 위로 올라가곤 했다.

 

 "오늘은 개울을 따라 최상류까지 올라가 볼까?"

 

그건 그냥 잠시 걷는 것이 아니라 탐사를 떠나는 듯했다.

그래서 녀석의 모습을 렌즈를 통해 보고 있으면

어느 새 녀석은 렌즈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내 시야에서도 멀어져 버리곤 했다.

개울물을 마시고 녀석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개울 앞에 길게 놓인 검은색 농수로관 위에 올라가 그루밍을 하거나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거였다.

 

 "아웅~ 이제 좀 쉬어야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개울물만 마시면 녀석들은

그곳에 올라가 시간을 보냈다.

농수로관 위에서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 너머로 보이는 물빛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은 요즘 들어 종종 깨지고 있다.

이곳에서 150여 미터쯤 상류로 올라가면

옛날 봉달이가 뛰어놀던 다릿목 개울이 나오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근데 저 위쪽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는 뭐예요?"

 

이 공사는 3월까지 땅이 얼고 얼음이 얼어서 중단되었다가

4월 초쯤 재개되었다.

작년에 개울과 도로 사이에 거대한 도로벽 공사를 다 마치고

다리 공사와 보 공사를 마쳤는데,

무슨 일로 그곳에서는 여전히 포크레인이 개울로 들어와 개울 바닥을 파내곤 했다.

아마도 개울 건너편에 시멘트 제방을 만들려는 것 같은데,

상습침수구역 하천정비사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대공사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위에서 강바닥을 파헤칠 때마다

아래쪽에는 온통 흙탕물이 넘쳐 흐른다는 것이다.

 

 "그냥 놔 두시면 안돼요? 이 모습 이대로..."

 

대모네 식구들도 종종 개울물을 마시러 갔다가 못보던 흙탕물을 보곤

발길을 되돌리곤 했다.

갈대밭과 제방의 나무가 잘 어우러졌던 이곳의 개울은, 구불구불 물길이 아름다웠던 이곳의 개울은

이제 개울 한쪽이 완전히 시멘트로 쳐발라졌고,

다른 한쪽도 시멘트 제방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아름답게 굽이쳤던 물길은 직선으로 곧게 펴졌으며

자갈과 백사장과 웅덩이와 여울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던 이곳의 물길은

이제 바닥 준설을 통해 밋밋하고 특징 없는 개울로 재탄생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하천 재개발의 현주소다.

그러니 4대강처럼 엄청난 대공사는 오죽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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