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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8 시간을 달리는 고양이 (52)

시간을 달리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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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달리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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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치유 불가능 속에서 잔손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에밀 시오랑)

   


사라진 뒤에야 우리는
사라진 풍경에 대해 그리워하곤 한다.
옛날보다 더 좋은 집에서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린다고 해서
우리가 옛날보다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더 바쁘게 다른 일에 매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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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요.

자동차와 컴퓨터와 첨단 휴대폰이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 주고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이기적인 인간은
산을 허물고 갯벌을 메우고 강을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그곳을 싸발라
땅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드는 반지구적 삽질을 계속하고 있다.
삽질은 종종 시골의 자연하천도 가만 돠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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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여기서 점프할 수도, 찰방찰방 물을 건널 수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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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웃마을의 개울도 지금 그렇게 망가지고 있다.
명목은 수해복구사업인데 이건 복구를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논밭까지 매입해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불구불하던 자연하천은 바닥을 파헤쳐 일직선으로 변해버렸다.
개울가에 있던 오래된 나무는 다 베어졌고,
논둑과 밭둑으로 이뤄진 자연제방은 고스란히 뭉개졌다.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 하천은 봉달이의 영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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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흐르는 것을 막으려 하고, 구불구불한 것을 일직선으로 만들어버리는 걸까.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봉달이는 이 개울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건너뛰었다.
녀석에게 이 개울은 놀이터이자 휴게소였다.
그러나 사람들에겐 고양이의 영역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하긴 애당초 인간에겐 동물의 영역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졸지에 봉달이는 영역을 잃었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고
봉달이는 개울가 둑방길을 달린다.
포크레인이 점점 좁혀오는 마지막 남은 모래밭과
구불구불 휘어진 냇물을 따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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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고양이 얍!" 당신이 주문을 외어도 더는 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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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개울을 따라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피었다.
살구꽃이 피고 목련이 피었다.
하천을 파헤치는 삽질은
상류에서 하류로 거침없이 내려오고 있다.
인간의 이기주의와 개발에 쫓겨 봉달이는 이제 곧 파헤쳐질
개울을 따라 마지막 나들이를 한다.
그 옛날처럼 냇물을 건너뛰어도 보고,
보를 달리며 흘러간 세월을 눈 속에 담아도 본다.
좋은 시절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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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닐던 이 모래는 골재로 팔려가겠지.

갈 수만 있다면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봉달이는 훌쩍 시간을 건너뛰듯 수로를 건너뛴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하늘을 향해 점프를 한다.
더 이상은 이 개울에서 점프를 할 수 없으리라.
더 이상은 이 개울에서 뒹굴 수도 없으리라.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봉달이는 시간을 달린다.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향해
부질없이 봉달이는 달리고 또 달린다.
가고 싶은 추억의 한때가 꽃잎처럼 날리는 이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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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가 뛰고 놀고 점프하던 개울은 결국 이렇게 완전히 파헤쳐졌다.

* 모든 강은 흘러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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