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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3 어미 길고양이의 고달픈 하루 (22)

어미 길고양이의 고달픈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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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길고양이고달픈 하루



개울가 한뼘 텃밭에 대파며 가지가 아직 그대로인데,
영하로 떨어진 날씨는 벌써 겨울입니다.
오늘도 옆 동네 개울냥이들은 개울집 봉당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때이른 밥때를 기다립니다.

오랜만에 어미 고양이 ‘까뮈’도 왔습니다.
까뮈의 <이방인>에서처럼 우주의 관대한 무관심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눈빛!
순전히 그 눈빛에 반해 나는 어미에게 까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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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령이 약간 넘어보이는 2마리 개울냥이의 어미인 까뮈는 요즘 배가 땅에 닿을듯 늘어졌고,
젖꼭지가 부풀대로 부풀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새로 새끼를 낳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녀석 저번에 보았을 때에도
캣맘에게 잔뜩 밥을 얻어먹고도
내게 또 밥을 달라며 냥냥거리는 통에 가져간 사료를 다 부어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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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냥이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개울집 캣맘도
어미 고양이가 나타날 때면 가끔 특별식을 내놓곤 합니다.
오늘은 살짝 볶은 잔멸치를 참치에 버무려 내놓았군요.
어미는 허겁지겁 먹습니다.
이미 중고양이가 되어가는 2마리의 고등어무늬도 어미 곁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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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낳은 새끼들 때문에 젖을 먹여야 하는 어미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이곳에서 밥을 얻어먹어도 늘 배가 고플 따름입니다.
오늘의 특별식이 맛있었는지
어미 고양이는 양지바른 곳으로 나와 만족스럽게 입맛을 다시며 그루밍을 합니다.
잠시 동안의 그루밍을 끝내고 어미는 이제
길을 건너 무릎 정도 높이의 시멘트 도로벽으로 올라섭니다.
개울을 거슬러 천천히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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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잠시 늘어진 배를 바닥에 대고 숨을 고르기도 합니다.
개울가의 갈대는 햇빛을 받아 하얗게 부서지고
서리 맞은 호박잎은 누렇게 말라갑니다.
어미는 마치 산책이라도 즐기듯 천천히 개울을 따라 올라갑니다.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추수가 끝난 논둑길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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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다리를 건너옵니다.
이번에는 마을 한복판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골목 입구에 참깨를 까부르다 놓아둔 키를 슬쩍 훔쳐보기도 하고,
거리에 울타리를 친 닭장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어미는 마을길을 버젓이 걸어갑니다.
대문이 열려 있는 집들은 한번씩 들어가 스윽 한번 훑어보기도 합니다.
집구경이라도 나온 듯이 여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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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미 고양이가 그렇게 한가할 리가 없겠죠.
알고 보니 녀석은 물 마실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린 몇 집을 찾아 들어갔지만,
먹을 물을 찾지 못한 어미는
결국 도로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빗물 웅덩이에 물 마시는 어미 고양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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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미 고양이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개울집으로 왔습니다.
또다시 배가 고픈지 어미는 현관 앞을 기웃거려보지만,
오늘의 급식은 끝났습니다.
어미는 다시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이번에는 가을걷이가 다 끝난 밭으로 내려섭니다.
그때 양지녘에서 그루밍을 하던 개울냥이 막내가 어미를 따라가겠다고 줄레줄레 따라나섭니다.
그러나 어미는 하악거리고 그르렁거리며 막내를 내칩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 고양이를 돌봐야 하는 어미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아기 고양이가 기다리는 둥지에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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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차게 막내를 내친 어미는 이제
가을걷이가 끝나고 배추와 무가 한창인 밭고랑을 따라 걸어갑니다.
아기 고양이가 기다리는 둥지로 돌아갑니다.
이쯤에서 나의 미행도 끝내야 합니다.
둥지까지 따라가는 것은 어미 고양이게도 아기 고양이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궁금합니다.
녀석이 어떤 새끼들을 낳았을지.
조만간 어미 고양이가 오종종 새끼들을 데리고 개울집에 나타나겠죠.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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