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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7 빵터지는 고양이 패싸움 장면들 (19)

빵터지는 고양이 패싸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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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점심식사 후에

 

애들은 싸우면서 자라고, 고양이는 싸우면서 배운다.

고양이과 동물에게 있어 형제끼리 혹은 가족끼리 싸움장난을 치는 것은

실전을 대비한 학습으로 가정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 할 수 있다.

사냥을 하거나 도망을 치거나 다른 영역의 고양이를 만나서 정말로 싸움이 붙었을 때

가족구성원 속에서 배우고 익힌 싸움의 기술은

고스란히 실전에 적용된다.

 

 "끼악~ 이거 안놔?"

 

해서 형제끼리의 싸움 장난 또한 발톱만 세우지 않을 뿐 실전과 다름없다.

내가 지켜본 바로 전원고양이 소냥시대 녀석들은 요즘 부쩍 싸움 장난이 심해졌다.

아마도 봄이 되면서 발정기를 맞아 외출이 잦아지고,

외간 고양이를 만날 기회도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그건 다시 말해 분쟁의 소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혹시 모를 싸움에 대비하자면 열심히 예습을 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어라 지금 니가 나를 쳤냐?"

 

그래서 녀석들은 싸우고 또 싸운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싸우는 건 아니다.

모름지기 싸움도 배가 든든해야 하는 법.

녀석들의 싸움을 여러 번 지켜본 바,

역시 싸움은 점심식사 후에 하는 게 제격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싸우는 것도 그렇고,

다 어두워져서 싸우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너도 일단 따귀 한대 맞고..."  "우이씨, 이게..."

 

진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장난으로 싸우는 건데...

벌건 대낮에 싸워야 싸움 구경하는 나도 신이 날것 아닌가.

오순도순 점심식사를 끝낸 전원고양이들은 일과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그루밍 삼매경에 빠진다.

늙거나 중고양이 시절을 넘긴 고양이들은

테라스 아래 혹은 울타리 그늘로 들어가 낮잠을 자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피가 끓는 청춘의 소냥시대 녀석들은

벌건 대낮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며 슬슬 장난질을 시작한다.

 

 "야 우리 좀 신사적으로 싸우자~"

 

처음에는 그냥 그루밍하는 녀석의 꼬리를 툭툭 쳐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슬쩍 다리를 걸어도 본다.

꼬리를 슬쩍 건드렸을 뿐인데도 녀석들은 과민반응을 보인다.

다리라도 살짝 걸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멱살잡이다.

이래저래 싸움을 거는 쪽이나 응하는 쪽이나

오버액션이 과하다.

한번 싸움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다 필요 없어, 싸울 땐 이기는 게 장땡이여...."

 

두 녀석이 치고 박고 넘어뜨리고 물고 물리고 쫓고 쫓기는 것은 그렇다 치고

전혀 상관없는 녀석들까지 싸움에 끼어드는 것이다.

1:1 싸움이 결국에는 패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한번 패싸움으로 번지고 나면

누가 누구와 싸움을 하는지도 알 수가 없이 난잡하다.

결국 다섯 마리가 서로 뒤엉켜서 치고 박고 그런 난리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격.

 

이건 거의 전쟁에 가깝다.

하지만 이 전쟁은 전략과 전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무턱대고 덤벼들고 반사적으로 응대한다.

평화로운 전원주택 마당은 그렇게 점점 로마의 콜로세움으로 바뀌고 만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언제나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할머니다.

전원주택 할머니는 이 싸움이 장난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이 녀석들의 싸움질을 가끔은 부추기고 응원한다.

 

 "잡았다 이놈!" "아 고 녀석 다리 안걸려 넘어지네..."

 

“어이구 잘하네!” 하면서.

“잘한다고 하면 더 잘해요.”

그동안 내가 보아온 길고양이 싸움 장난은 대부분 30분을 넘기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지만,

나무 울타리가 쳐진 사각의 링과도 같은 전원주택에서는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중에는 앉아서 그것을 찍어대는 내 무릎이 다 아플 지경이다.

 

 "그래 한번 달려보자구...."

 

이 녀석들의 싸움은 온갖 격투기 기술이 총동원된다.

쿵푸와 태권도는 물론이고 유도와 씨름, 레슬링과 마구잡이 싸움까지.

심지어 녀석들은 이 마당이 좁다고

쫓기고 쫓다가 풀쩍 나무 울타리를 뛰어넘기도 한다.

싸움이 갑자기 육상으로 바뀌어 녀석들은 멀리 밭둔덕의 느티나무를 찍고 돌아와

쌕쌕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야야, 거긴 좀...얼굴 치워라..."

 

소냥시대 녀석들이 이렇게 뜨거운 청춘을 불태우고 있는 동안에도

마당의 늙은 고양이들은 그저 심드렁하다.

오히려 옆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귀찮다는 듯 귀를 닫고 잠든 고양이도 있다.

이 소란한 평화!

최근에 이곳에서 쫓겨난 고래와 산둥이도 이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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