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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5 고양이 천하장사 씨름대회 23

고양이 천하장사 씨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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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천하장사 씨름대회

 

 

전원고양이 소냥시대 멤버는 최고의 장난꾸러기다.

이 녀석들 밥만 먹으면 ‘오늘은 어떤 장난을 칠까나’ 궁리하곤 한다.

장난의 종목도 수시로 바뀐다.

‘어제는 나무타기를 했으니 오늘은 씨름이나 한판 할까?’ 그런 식이다.

 

"니가 강호동냥이면 난 이만기냥이다. 한번 해 볼텨?"

 

소냥시대 두 마리가 모래판도 없는 마당에서 오늘은

질펀하게 씨름이나 한판 하잔다.

뭐 굳이 타이틀을 붙이자면 <고양이 천하장사 씨름대회> 쯤 되겠다.

심판 없다.

관중 전원고양이 한 무리와 카메라맨이 고작.

선수는 달랑 두 마리.

 

"자 으랏차차 넘어간다....아!"

 

의기양양 노랑이 두 마리가 씨름판에 나섰다.

자칭 강호동 고양이와 이만기 고양이.

샅바도 없이 호루라기도 없이 상금도 없이 경기가 시작된다.

강호동 고양이가 먼저 힘으로 들배지기를 시도한다.

들배지기 공격을 가볍게 피한 이만기 고양이가

이번에는 잡치기 기술에 들어간다.

 

"어쭈 씨름 좀 하는데..."

 

한쪽이 안다리 공격에 나서면

다른쪽은 되치기 공격으로 맞선다.

이쪽에서 들어메치기(이건 유도 기술인가?) 공격을 가하면

저쪽에서는 뒤집기 공격을 한다.

용호상박 첩혈쌍웅 이판사판 삼판양승이다.

물고 물리는 접전.

씨름 기술로는 도무지 승부가 나지 않자

이 녀석들 종목을 바꿔 쿵푸에다 태권도에다 유도와 복싱은 물론

K-1까지 총망라된 종합격투기를 하잔다.

 

"씨름은 무슨.... 격투기는 내가 더 잘하거등....?" "웃기시네..."

 

씨름으로 출발한 경기는 그렇게 조금씩 종합격투기가 되어간다.

강호동 고양이와 이만기 고양이의 싸움은

이제 효도르 고양이와 실바 고양이의 싸움이 되었다.

싸우다보면 반칙은 필수.

한쪽에서 발톱으로 옆구리를 찌르면,

다른쪽에선 목덜미를 잡고 귀를 물어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칙에는 반칙으로 맞선다.

 

"자 이번엔 이 실바냥이의 니킥을 받아보시라...옹!"

 

30분이 다 되도록 씨름과 격투기 한판이 끝나지 않는다.

그러자 이 녀석들 갑자기 투닥투닥 족보에도 없는 막싸움을 한다.

한쪽은 꼬리채를 잡아채고 다른 쪽은 엉덩이를 물어버린다.

이러다 승패도 없이 날 새겠다.

구경꾼들은 이제 하나 둘 자리를 뜨고,

관중이라곤 달랑 나 혼자 남았다.

싸우지도 않은 내가 먼저 지쳐간다.

 

"만날 쟤네만 카메라에 잡히고...우리도 한번 카메라 돌 때...자 씨름 한판....!"

 

이쯤에서 둘이 싸우든 말든 지지고 볶든 알아서 하라고

나는 카메라를 철수시킨다.

그런데 이 녀석들 카메라를 거두자마자

언제 싸웠느냐는 듯 조용하다.

이 녀석들도 카메라 체질인가.

아니면 일부러 카메라가 돌고 있으니, 쇼를 한건가.

먹고 살자고 나한테 이런 공연까지 보여주는 건가.

아무튼 덕분에 구경 한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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